장르상 이 작품은 스릴러, 미스터리, 수사물에 속합니다. 잔혹한 장면도 여럿 나옵니다. 그럼에도 생각만큼 공포스럽지도, 흥미진진하지도 않습니다. 엔딩에 이르러 주인공의 승리에도 관객들은 쾌감을 누리지 못합니다. 스릴러, 미스터리, 수사 등 장르적 요소가 언어의 외피에 싸여 있기 때문입니다. 즉 형사와 범인의 말싸움이 영화의 가장 주된 흐름이고, 장르의 특징들은 그 아래 깔려 있습니다. 흡사 <남한산성>(2017)과도 같습니다.
그들의 치열하면서도 냉정한 말의 대결은 현실과 이어져 있습니다. 그 현실은 관객이 사는 바로 지금, 여기입니다. 장르 영화는 몰입의 장치들을 갖습니다. 촬영, 편집, 조명, 음악, 배우의 캐릭터와 의상 등등. 그 장치들을 통해 관객은 현실을 잊고 영화가 만든 또 다른 세계 안으로 들어갑니다. 그러니 장르적 장치들은 현실과 관객을 분리시키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렇지 않습니다. 범인은 별세계의 괴물이 아니며, 현실과 분리되지 않습니다. 끈적끈적한 두려움 속으로 몰아넣었다가 현실로 해방시키는 장르 영화의 쾌감과 다릅니다. 이를테면 차가운 공포입니다. 범인 강태오가 왜 그렇게 살며 그런 짓을 했는지를 함께 보여준 것 역시 관객인 우리를 무겁게 합니다.
이 영화는 여러 면에서 <살인의 추억>(2003)을 생각하게 합니다. 연쇄 살인 사건, 형사와 범인, 현실의 문제까지. 범인은 이미 잡혔지만 상황은 그대롭니다. 그가 낸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그런데 결정적 차이는 주제입니다. <살인의 추억>이 1980년대 한국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를 비판한다면, <암수살인>은 범인의 정당성을 추궁합니다. 그런 아버지, 그런 환경, 그런 성장과정이 꼭 살인으로 이어져야만 했는가. 즉 윤리의 차원입니다. 물론 영화의 결론은 다소 순진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연결된 또 다른 질문에 이르게 됩니다. 사회 구조와 개인 윤리는 어떤 관계이고, 어느 것이 더 우선한가.
김윤석, 주지훈의 연기가 빼어나게 훌륭합니다. 상상합니다. 김윤석과 송강호가 한 영화에서 붙고, 거기에 최민식까지 함께 하면 어떨까요? <어벤저스>와 견줄 만하지 않을까요?
-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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