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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리스본에서 태어난 페르난두 페소아는 수많은 이름으로 시를 썼다. 일곱 살 때 이후 죽기 직전까지 평생 시작(詩作)을 멈춘 적이 없다. 국내에선 1994년 그의 이명 중 하나인 알베르투 카에이루의 시집이 『양 치는 목동』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가 절판된 이래, 페소아의 시는 거의 소개되지 않았다. 이번에 출간된 두 권의 시선집에는 국내 최초로 정식 소개되는 페소아 본명 및 그의 이명들의 시가 다수 수록되어 있다.
페소아의 이명은 적게는 70여 개에서 많게는 120여 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각 이명은 독자적인 스타일과 개성을 가진 하나의 독립된 존재로서 시인으로서 정체성이 모두 다르다. 심지어 한 이명은 다른 이명의 시풍(詩風)을 못마땅해 하기도 한다.
『시는 내가 홀로 있는 방식』에는 페소아의 대표 이명 삼인방 중 두 명, 알베르투 카에이루와 리카르두 레이스의 대표작과 페르난두 페소아가 본명으로 생전 출간했던 단 한 권의 시집, 『메시지』의 일부를 수록했다. 카에이루는 순수한 직관을 중시하는 목가적 전원시인, 레이스는 경구를 연상하게 하는 문체를 구사하는 우아한 고전주의자였다.
『초콜릿 이상의 형이상학은 없어』에는 페소아가 가장 사랑했던 이명인 알바루 드 캄푸스의 대표작을 실었다. 캄푸스는 기술전성시대를 시적으로 해석할 임무를 부여받은 모더니스트로, 무려 900행이 넘는 대표작 「해상 송시」에서 짐승처럼 폭발하는 광기와 말끔하게 정돈된 현대성을 번갈아 가며 보여 준다.
"우리 모두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다. 다시 말해, 진정한 우리 자신이 되었다." 페소아의 이 말대로 모두 다른 그의 시야말로 페소아 시 그대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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