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원기 사회부 기자 |
지난달 말 사건도 여경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드세졌다. 남성 시민이 운전자를 구하고, 곁에 선 여경들은 멀뚱멀뚱 보고 있던 사진이 사건의 발단이다.
경찰은 이렇게 해명했다. 여경이 현장에서 먼저 구조활동을 하고 있던 시민에게 운전자를 끌어 올려달라고 말했다고 했다. 다른 여경은 운전자가 쉽게 나올 수 있도록 차량 문을 잡고 있었다고 했다. 또 2차 사고 예방에 힘쓰면서 견인차량을 부르고, 운전자를 119에 인계해 후송하는 등 적극적인 사고 처리를 했다고 덧붙였다. 이 일로 여경이 자신의 본분을 망각한 채 시민에게 도움을 요청한다는 비난이 거세게 일었다.
자 그럼 여경에 대한 인식이 바닥에 깔린 건 왜일까. 곰곰히 생각해보면 강도 잡는 여경 사건은 홍보 방법이 잘못됐다. 남성 경찰이나 여성 경찰 모두 범인을 잡기 위해 경찰이 됐다. 그런데, 여경이 강도를 잡았다는 이런 홍보 문구는 마치 다윗이 골리앗을 잡은 이야기처럼 들린다. 굳이 여경이라 이런 홍보를 했을까 하고 생각해보면 살인마나 강도를 잡은 남성 경찰에 대한 홍보는 좀처럼 보기 힘들다.
여경이 강도를 검거하면 대단한 일이고, 남경은 당연하게 잡은 것처럼 생각하는 사회적 분위기 자체를 바꿔야 한다. 차량 전복 당시 그저 바라만 봤다는 논란에 대한 경찰 해명도 잘못됐다. 시민에게 운전자를 끌어 올려달라고 했다고 할 게 아니라, 솔직하게 힘이 부족해서 도움을 요청했다고 설명했어야 했다. 혹은 발 벗고 나선 시민에 대한 노고를 알렸어야 했다. 2차사고 예방은 경찰이 당연히 해야 할 임무다. 이 부분을 해명으로 답한 건 되려 화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남성보다 잘했다고 알리기보다는 모두가 평등하게 칭찬해야 한다. 여경에 대한 인식을 바꾸려면 필요하다. 강도를 잡은 당연한 일을 마치 대단한 것처럼 알려선 안 된다. 또 시민의 도움이 필요했으면, 시민 모두가 함께 교통사고 현장을 수습했다고 털어놔야 한다. 제 식구 감싸듯 옹호하면 비난의 화살은 부메랑으로 다가온다. 여성이 남성보다 약하다는 인식이 경찰엔 적용이 안 됐으면 좋겠다. 앞으로 채용될 여경들은 여자 중에서 강한 사람이 아닌, 사람 중에서 강한 여성이었으면 한다. 강도 잡는 게 당연하고 전복된 차량도 손쉽게 수습할 수 있는 '강한 사람'. 방원기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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