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탈리 골드버그,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글의 소재는 가까이에 있습니다. 글을 쓰고 싶다면 먼저 주위를 눈 여겨 보세요.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그 하루하루는 늘 새롭습니다. 해가 뜨고 지는 시간의 변화나 비 오고 바람 부는 날씨도 좋은 글감이 되고, 생활하면서 보고, 듣고, 움직이면서 느끼는 모든 것이 글쓰기의 재료가 될 수 있습니다. 별 생각 없이 스쳐 보냈기에 아무 것도 느낄 수 없고, 의미를 두지 않았기에 쓸 거리들을 다 놓치고 마는 것이지요. 일상의 모든 순간들을 열린 마음으로 관심을 가지고 만난다면 주위의 모든 것이 글을 만들어 줄 재료가 됩니다. 작고 평범한 것에 의미를 붙이고 순간을 기억하는 것, 그것이 글쓰기입니다.
게티 이미지 뱅크 |
오늘 빵 냄새는 내가 좋아하는 커피 러스크 굽는 향인가 보다. 기분 좋게 일어나 창문을 열었더니 바로 옆 빨강벽돌집 빵집에서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난다. 사장님이 한참 빵을 만들고 계시는 모양이다. 그리 크지 않은 키에 쌍꺼풀이 진한 부리부리한 눈매와 부드러운 코가 잘 어울려 선한 인상을 가진 사장님은 매일 아침 일찍부터 부지런히 빵을 만든다. 어떤 때는 그 소리가 예민한 나의 청각을 자극하기도 하지만 곧 구수한 냄새가 후각을 감싸기에 행복하게 아침을 맞을 수 가 있다. 사실 어떤 때는 커피콩을 태우는지 매캐한 커피향이 나의 인상을 찌푸리게 할 때도 있고 구수하던 향이 때론 역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향이라 해서 항상 좋은 건 아니다. 하지만 즐거운 날이 훨씬 많다.
오늘 아침은 다행히 내가 좋아하는 커피러스크 향이 풍겨 오기에 빵을 사야겠다는 생각에 기분 좋게 일어나 향에 끌리듯이 쫓아가 옆집 빵 가게로 갔다. 인정 많은 사장님은 갓 구워낸 빵 한 조각을 내게 건넨다. 따뜻하고 보드라운 빵이 씹히는 맛이란 뭐라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깊은 맛이다. 그 중에서도 커피러스크는 식빵을 잘라 커피와 바닐라를 발라 구워냈는지 거칠면서도 씹을수록 쫀득쫀득 깊은 커피향이 입안 가득히 번지는데, 그때 그 황홀함은 무엇과도 비교가 안 된다. 거기에 아메리카노 커피를 곁들이면 최고의 조합이다.
한번 입안을 스치면 자꾸 손이 가는 마약 같은 중독성이 있는 빵이라 자주 사러 가는데, 사장님의 후덕함과 정성으로 만든 빵이라 그런지 항상 사람들로 북적인다. 브랜드 빵은 아니지만 쫀득하고 고소한 찹쌀도너츠나 달콤하고 부드러운 고구마 치즈 빵 등 종류도 다양한데, 그 빵들이 구워질 때 마다 나는 빵 냄새가 지나가는 사람들을 끌어 모으기도 할 것 같다. 옛날 아버지께서 밀농사를 지어 만들어 주신 빵 냄새 같이 구수하고도 정겨운 향이다.
매일 빵 굽는 냄새를 맡을 수 있어 행복하다. 빵 냄새와 같이 옛 추억도 같이 떠올릴 수 있어 더더욱 행복하다. 난 사장님께서 직접 지으신 빨강벽돌빵집과 오랫동안 그 향을 맡으면서 내내 같이 지냈으면 좋겠다. >
- 이승은 (대전시민대학 행복한글쓰기 수강생), 빨강 벽돌 빵집.
옆집 빵집을 소재로 쓴 글입니다. 빵 냄새로 하루를 시작하며 빵집에서 커피러스크를 즐겨 먹는 다는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써 내려 갔습니다. 군데군데 후각을 표현하는 묘사를 실감나게 곁들여 글의 분위기를 살리고 있습니다.
늘 있는 일, 별일 아닌 일상이지만 무언가 작은 것이라도 집히는 것이 있어 자세히 들여다보면 글이 만들어 집니다. 감정들을 잘 붙잡아 그것이 어떤 상태인지, 무엇 때문에 생긴 것인지, 그 감정이 생기고 나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잘 들여다보면서 글을 풀어나가 보세요. 물론 내 안의 생각과 함께, 보고 듣고 만지거나 냄새 맡으면서 밖에서 전해지는 것들도 같이 곁들여야 더욱 실감나는 글이 되겠지요.
< 오늘은 조금 일찍 해 지기 전에 산책을 나섰다. 학교 운동장을 돌아 뒷산으로 가려다가 아이들 뛰어 노는 모습이 너무 좋아 그냥 운동장 옆 등나무 밑 벤치에서 한 없이 앉아 있었다. 막내가 다니던 학교. 가끔 무언가를 빼 놓고 다녀 급하게 헉헉대며 가져다주던 학교. 시간나면 마중 나가 같이 손잡고 걷던 학교. 그러나 지금은 아이들도 다 커버리고 아이들보다 내가 더 열심히 다니는 산책길 코스다.
이제 막 물들기 시작하는 나무들은 교실을 따라서 줄지어 있고 이리저리 달리며 뛰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떠드는 소리는 한적한 교정의 정적을 깨뜨린다. 7층 건물의 학교교실은 뻐끔뻐끔 창문이 열려있고 아마도 그 안에서는 아이들이 공부하고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것같다. 교문 밖에 있던 아이들이 병아리들처럼 우르르 무리지어 들어온다. 왁자지껄해 진다. 모두 모두 즐겁고 재미있다. 아이들의 얼굴에는 그 어느 그늘도 슬픔도 없다. 즐겁고 재미있는 일만이 얼굴가득 환하다.
운동장을 따라서 길게 늘어져있는 차양 밑 응원석 계단 옆으로는 수도꼭지가 줄지어 달려있는 간이건물이 있다. 왁자하게 몰려든 아이들은 일제히 수돗가로 가서 손을 씻는다. 서로 물을 뿌리며 떠들고 장난친다. 그 모습이 정겹고 보기 좋다. 나도 물 뿌리며 장난 치고 싶다. 개울물에서 미역 감고 미꾸라지 잡아서 병에 넣어 뛰어다니던 옛날이 아스라하다. 다시 보고 싶은 어릴 때 기억들, 가보고 싶은 고향, 같이 놀던 동무들 생각이 난다. 아이들이 물을 뿌리며 노는 모습들이 무성 영화처럼 갑자기 조용하다. 내 마음이 그리운 고향을 찾아가 어릴 때 동무들을 만나러 갔다 오는 동안 손을 다 씻은 아이들이 교문 밖으로 나가 버렸나보다.
어느새 다 사라져 한적해진 운동장. 지는 초가을 햇빛만 운동장에 가득하고, 이제 다시 산책을 시작해야겠다.>
- 윤여국 (대전시민대학 행복한글쓰기 수강생), 초가을 학교 풍경
산책하면서 매일 지나는 운동장에서 쓴 글입니다. 글감이 생각나면 쓰려고 주머니에 메모장을 들고 다니다가 글감이 떠올라 그 자리에서 바로 쓴 글입니다. 운동장과 아이들의 모습을 표현한 묘사도 실감나고,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감성도 좋습니다. 쓰려고 작정하지 않았더라면 이 문장들은 태어나지 못했겠지요. 다른 일들처럼 그냥 평범하게 하루의 일상으로 지나갔을 것입니다. 글을 쓰겠다고 작정하고 펜을 들고 다녔기에 순간순간 스쳐지나가는 미묘한 감정들과 마음의 그물망에 걸리는 느낌을 적을 수 있었습니다.
글쓰기는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옆집 빵집의 빵 냄새, 산책길에서 마주한 옛 추억, 이런 일상들이 한편의 글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삶을 진실하게 바라보고, 그 안에서 나는 나의 목소리에 진지하게 귀 기울이면 그것이 참된 글쓰기가 됩니다. 무언가 특별한 것이 생기면 써야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평범한 일상에서 경험하고 느낀 것을 소박하게라도 글로 표현해 보세요, 짧게라도 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생각을 꺼내 글로 옮기는 작업을 계속 하다보면 글 쓰는 근육이 붙게 돼서 조금씩 긴 글도 쓸 수 있게 되고 글 쓰는 재미도 느끼게 됩니다.
지금, 여기, 내 곁에 있는 모든 것들을 마음 다해 만나보세요. 이 모든 게 다 글쓰기의 훌륭한 재료가 되어 줄 테니까요.
한소민 프리랜서방송작가, 대전시민대학 글쓰기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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