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도 미술비평가 |
가짜뉴스는 기본적으로 어떤 특정 집단이나 개인이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허구적인 정보를 생산해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인 권력을 행사하려는 왜곡된 욕망에서 비롯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사실을 기반으로 진실과 거짓을 밝혀내는 문제가 아니라, 자신들이 생산하는 정보가 가지는 파괴적인 영향력이다. 그들에게는 그렇게 생산된 가짜뉴스가 사회문화적인 이슈의 중심으로 들어가서 그들이 원하는 방향의 쟁점들을 선점해 유통되면 그만이다. 그렇게 되면 더 이상 가짜뉴스가 사실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가짜뉴스의 대상이 되는 사람이나 사건에 관한 정보가 왜, 어떻게 생산됐는가가 아니라, 현재 유통되고 있는 가짜뉴스에서 언급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와 같은 대중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으로 질문이 바뀐다. 소극적인 면에서 살펴보면 가짜뉴스는 특정 대상을 배제하는 것과 비슷하다. 블랙리스트는 만들지 않는다고 해도 사회적 역할을 적합성과 능력의 관점에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사적인 거래의 장으로 변질시키기 때문이다. 거래의 대상이 되는 개인이나 집단의 능력이나 도덕성 같은 본질적인 가치들과는 관계없는 다른 이유들을 동원한다.
적극적이든 소극적이든 가짜뉴스의 생산과 유통은 사회의 전통적인 도덕적, 법률적 가치들을 무력화시키고, 공적인 영역들을 사유화시키려는 의도가 내재돼 있다. 요즘 가짜뉴스의 생산과 비정상적인 루트를 통해 얻은 정보의 유통에 관한 이슈들이 한국 사회의 정치적 쟁점이자 미래에 관한 화두가 되고 있다. 사실 가상현실과 인공지능이 사회와 산업의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시대에서 정보를 도덕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아날로그 시대의 물리적인 재해에 대한 관리와 거의 비슷한 중요성을 가진다. 정보를 왜곡하거나 없는 사실을 뉴스형식으로 만들어 유통시키는 것은 극단적으로 말해 정신적이고 문화적인 살인이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 사회는 산업과 문화 강국을 지향하며 생산하는 글로벌 이슈들과 남북한의 관계, 주변국들과의 관계 속에서 급변하고 있는 국내외적인 정치, 경제적 상황으로 볼 때 정보이슈에 관한 대응이 그 어느 때 보다도 중요해지고 있다. 이런 변화의 근저에는 무엇보다도 기술의 본질이 물질적인 차원에서 비물질적인 영역으로 옮겨가고 있는 환경이 존재한다. 기술복지 문화를 구축하는가 아니면 디스토피아의 연옥으로 추락하는가는 가짜뉴스와 같은 정보 생산자를 엄하게 단죄하고 걸러내는 현재의 우리 선택에 달려 있다. 정용도 미술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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