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기의 행복찾기] 다른 사람의 눈으로 나를 돌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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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기의 행복찾기] 다른 사람의 눈으로 나를 돌아보기

박광기 대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승인 2018-10-05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인간이 가진 능력은 참 많습니다. 인간의 능력 중에서도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은 세상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기도 합니다. 인간이 '생각한다는 것'이나 '사고할 수 있다'는 것은 변화와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것입니다. 자기 자신이 어떤 생각을 하고, 그 생각에 따라서 어떤 결정을 한다는 것은 인간이 의도하지 않아도 아마도 자연스럽게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시 말하면 인간의 생각 또는 사유, 사고는 인간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무의식적으로 반복되는 삶의 과정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인간의 사유나 생각이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독단적인 판단으로 자신만의 주장을 강조하며 자신이 내린 결정만이 옳다고 확신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를 흔히 아집이라고 하지만, 이런 아집은 본인만의 고집의 정도를 넘어 다른 사람을 부인하고 부정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합니다. 이런 문제는 바로 인간이 가진 결정적 착각에서 기인합니다. 바로 이 착각은 '인간은 자기 스스로 가장 이성적인 사고를 하고 그에 따라서 합리적인 결정을 할 수 있다'는 자기 확신에서 비롯됩니다.

인간이 '이성적 사고'를 할 수 있다는 전제는 참 많은 문제를 야기합니다. '이성적'이라는 것을 언뜻 들으면 객관적이고 공정한 것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좀 더 엄밀히 따져보면 '이성적'이라는 의미에서 이것이 결코 '이성적'이지 않고, 그 '이성적'인 것에는 다분히 주관적이거나 감성적 또는 감정적인 것들이 개입될 수 있는 소지가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이성적'이라는 것의 판단을 할 수 있는 기준이 각자의 개인적인 규범이나 경험으로부터 기준점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이것은 인간은 인간이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 '이성적 사고'라는 전제로 이성적이지 않은 사고나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일상의 생활을 살펴보면, 이성적이지 않고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서 어떤 결정을 하고 행동을 하는 것이 무수히 많습니다. 내 스스로는 이성적으로 사고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한다고 하지만, 그것이 다른 사람의 눈이나 기준에서 보면 결코 이성적이거나 합리적일 수 없다는 것입니다. 만약 어떤 문제에 대해서 또는 어떤 상황에 대해서 다른 사람과 다툼이 발생했을 경우, 그 문제나 상황을 바라보고 분석하고 판단하는 잣대나 기준이 대부분 그 이해당사자들의 주관적 상황에 의하여 각자의 주장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어떤 다툼이나 갈등에 대해서 각자의 기준과 상황에 따라서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라는 명분으로 각자의 주장을 할 경우, 다툼이나 갈등은 타협이나 해결이 아니라 대립과 갈등이 더 심화될 수밖에 없게 되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됩니다.



물론 이런 다툼과 대립, 갈등의 과정에서 관용이나 양보를 통해 이견이 조정되고 화해와 타협이 이루어질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비록 이견이 조정되어 타협을 이루어낸다고 하더라도 다시 갈등이나 대립이 발생할 소지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그리고 또 다른 문제는 나의 이성적 판단이 혹시 개인적인 상황이나 이해관계에 영향을 받는 것만큼이나 다른 사람의 이성적 사고와 합리적 판단이라는 것에도 타인의 주관적 가치와 이해관계가 개입할 수 있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양보와 관용으로 타협과 조정을 이끌어내는 것이 합당하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우리는 자신의 입장에서 어떤 사고나 판단을 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선 나의 입장에서 자신의 주장을 하는 것이 일상화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화와 토론에서 '내 생각으로는'이라는 전제를 제시하고 마치 객관적인 것처럼 말하는 자체가 이런 일상화의 한 표증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나 '내 생각으로는'이라는 전제가 나의 주장을 합리화하고 객관화하는 도구가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가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내 생각으로는'이라는 전제가 다른 상대방에게는 '너의 생각이기 때문에'로 인식되고 수용할 수 없는 것이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갈등과 대립의 구조 속에서도 우리는 소위 말하는 '이성적 사고'를 통해 '합리적 선택'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나와는 다른 생각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리고 그 다른 생각이 정말 객관적인 기준에서 벗어난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상대방이 왜 그런 생각을 하고 그런 판단을 하는지 한번쯤은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그냥 일방적으로 나는 이성적 사고를 통해 합리적인 결정을 했기 때문에 나의 주장이 옳은 것이고 상대방은 옳지 않다고 치부할 수는 없습니다. 비록 상대방이 오류와 오해를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의 상황을 돌아보아야만 그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우리가 나의 시각으로, 나의 기준으로,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이성적 사고를 나만을 생각한다고 하면, 우리는 우리가 염려하는 이성적인 것이 아닌, 그리고 합리적인 것이 아닌 기준과 개입으로 인해 심각한 오류를 범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전부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한번 정도는 상대방의 시각에서 나를 돌아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상대방의 시각에서 나를 돌아볼 때, 내가 나의 입장에서 상대방을 볼 때와 같이 보이지 않고 인식하지 못한 것들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인간의 한계는 바로 인간이기 때문에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엄격하지 못하고 자신에 대한 관용의 폭을 넓히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상대방에 대해서 엄격한 것과 같은 정도를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엄격해야 함에도 말입니다. 따라서 남을 이해하고 이성적 사고에 따라서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에 대한 기준도 중요하지만, 남의 관점에서 자기 자신을 엄격히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이 자기 자신에 대한 오판의 오류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가을 하늘이 어느 때보다도 높고 푸르고 아름답습니다. 이제 우리의 마음도 가을 하늘처럼 푸르고 아름답게 가꾸기 위해서 자기 자신에 대한 성찰도 중요하지만, 남의 관점에서 한번쯤은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런 것들이 내 스스로를 발전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행복한 가을 주말되시길 기원합니다.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박광기 올림

박광기교수-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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