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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날씨에 출출하기도 하여 나도 1000 원어치 붕어빵을 샀다. 순간 종이쪽지의 글씨 내용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아저씨한테 말을 걸었다.
"아저씨, 붕어빵 3개에 1000원이라면 1개에 최소한 330원이나 400원을 받아야지 300원을 받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
"그렇기는 한데요. 1개 정도 사는 사람은 분명 돈이 없는 사람인데 어찌 400원이나 500원을 받겠어요!"
간단한 붕어빵장수의 답변이었지만 거기에는 지나쳐서는 안 될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숨 쉬고 있었다. 비록 붕어빵을 팔아 가난하게 사는 꾀죄죄한 차림새였지만 마음만은 상대방을 배려하며 사는 넉넉하고 훈훈한 마음을 가진 부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허술한 차림의 가난한 붕어빵 장수에 불과하지만 마음만은 어떤 백만장자도 가질 수 없는 소중한 보물을 가진 분이었다. 그분만이 가질 수 있는 희귀한 보물을 가진 분이었다. 외양으로 보아선 무시당할 법도 한 차림이었지만 그 분의 심성은 사다리를 놓고서도 까마득히 올려쳐다보아야 할 존경스러운 분이었다.
'배려하는 마음' 이것은 소유주가 따로 없는 우리 모두의 것이지만 이것을 제대로 가진 사람은 보기가 쉽지 않다. 나는 오늘 붕어빵 1,000원어치를 사고 값이 나가는 보물을 얻게 되었으니 재수가 엄청 좋은 날임에 틀림없다. 훔쳐 갈 수도, 빼앗아 갈 수도 없는 아저씨의'배려하는 마음'은 어느 누구도 빼앗아 갈 수 없는 금메달감 보물임에 틀림없었다.
비록 3개에 1000원하는 붕어빵을 팔고 있는 허술한 포장마차 붕어빵장수 아저씨였지만 거기엔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사랑이 있었고 배려하는 마음이 있었다. 세상 어디에서도 살 수 없는 아저씨만이 가지는 소중한 것이 있었다.
붕어빵 장수 이야기를 하다 보니 미국의 일간지에 크게 보도되었던 학생 실화가 떠오른다.
한 초등학교에 뇌종양에 걸린 '짐' 이라는 학생이 있었는데 그는 방사선 항암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머리가 다 빠지게 되었다.
다행히 치료 경과가 좋아서 퇴원을 하게 되었는데 걱정이 된 담임선생님이 종례시간에 학생들에게 "얘들아! 짐이 병원에서 퇴원하여 내일부터 우리 곁에 오게 되는데 머리가 다 빠져 빡빡머리가 되었다. 놀리지 말고 많이들 위로해 주어라."
그 말을 들은 학생들은 숙연해지더니 그 날만은 몰려 나가지 않고 '짐'을 위한 토론을 하게 되었다.
"어떻게 하면 '짐'을 위로할 수 있을까?"
그때 한 학생이 말했다.
"짐이 머리가 다 빠졌다고 하는데 우리도 짐처럼 머리를 빡빡 깎고 오는 것이 어떨까? "
"그래 그래, 그게 좋겠다." 아이들은 모두 찬성을 하였다.
다음날 아침, 짐이 오는 날, 교실에 들어가 보니 반 친구들 모두가 빡빡머리였다. 동시에 서로를 쳐다보고 낄낄대고 웃느라 정신을 못 차릴 정도였다.
그 순간 머리가 다 빠진 짐이 교실에 들어왔다. 머리가 다 빠진 짐을 보고는 교실 안은 울음바다가 되었다. 짐도 울고 선생님도 울고 그 반 아이들 모두는 서로 껴안고 울고 말았다.
아름다운 배려와 나눔의 사랑이 풍성한 행복감을 안겨 주게 된 것이다. 따듯한 가슴을 서로 나누면 기쁨과 즐거움이 그 마음을 행복감으로 메워준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붕어빵 장수의 배려심도, 친구를 위하여 머리를 빡빡 깎은 한 반 친구들의 배려심도 모두 방부제 처리하여 세상이 다하는 날까지 남기고 싶다. 그 아름다운 마음에서 풍겨나오는 향내를 오래오래 남기고 싶다.
'붕어빵 3개에 1000원. 1개는 300원 '
여기에 들어 있는 붕어빵 장수의 배려하는 마음 그것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고금에도 보기 어려운 금메달감 장원임에 틀림없었다.
붕어빵 장수 아저씨' 그는 무엇보다도 빛나는 보물 중의 희귀한 보물을 가진 분이었다.
'금메달감 붕어빵장수 아저씨'
억만 겁의 세월이 지나도 빛바래지 않는 장원감 금메달로 세상을 더욱 따뜻하게 해 주소서.
남상선 수필가, 대전가정법원 조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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