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톡] 떠나보내는 마음에는 담겨주는 대상이 필요하다(2)

  • 오피니언
  • 여론광장

[심리 톡] 떠나보내는 마음에는 담겨주는 대상이 필요하다(2)

박경은·김종진의 심리상담 이야기

  • 승인 2018-10-05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담아주기
게티 이미지 뱅크
소리 내어 울지 못하는 울음이 있습니다. 심장이 터져서 죽을 것 같은 울음도 있습니다. 그그러나 떠나보내야만 하는 관계가 있습니다. 부모의 죽음, 부부간의 사별, 자식의 죽음, 결혼을 앞 둔 애인의 죽음 등 다양함으로 준비되지 않는 아픔을 마주하게 됩니다. '사람으로 인한 상처가 다른 사람으로 치유된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것은 상대방의 아픈 마음을 담아줄 사람이어야 치유가 가능합니다. 오히려 상처가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되면 더 늪으로 빠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정신분석학자 월프레드 비온이 말하는 O의 세계에서는 "궁극적 실재에 관한 절대적 진실"로서 그것은 "영원히 인간의 앎에 의해 도달할 수 없고,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영역으로 남아있어야만 한다. 건강한 사람은 먼저 "사물-없음"이라는 필요한 대상의 부재를 응시하고 유지할 수 있기 위해, 좌절을 견디는 역량을 가져야만 한다. 이 부재는 출현하는 아이디어를 담는 것이 된다. 좌절을 견디지 못한 실패는 "사물-없음"을 구체적인 내적 대상으로 변형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라고 말했습니다. 견디어 내는 삶, 그리고 건강하게 애도하는 삶 둘 다 함께 이루어져야 건강한 자아로 살아 갈 수 있게 됩니다.

담아주기는 비온의 개념으로 담아주기의 과정이 일어나는 최초의 관계는 유아와 엄마와의 관계에서 시작된다고 하였습니다. 담아주기는 엄마가 신체적으로 안아주는 과정보다 유아의 부정적인 사고와 부정적인 감정들의 정도를 경감시켜주는 엄마의 능력을 중시하는 개념입니다.

아이들이 삶에 대한 걱정과 근심으로부터 엄청난 불안과 싸우게 되는 고통스러운 감정 이면에는 존재감의 손상이 있으며 이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담아주기가 제공되어야 합니다. 담아주기와 담기기는 정서를 소화하는 과정이며 무의식적이면서 동시에 실제적인 의사소통인 투사적 전이 동일시 방식으로 일어납니다. 자신의 존재감에 관심을 둠으로써 진정한 자기 자신으로 산다는 것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도록 격려와 지지가 필요할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애도함으로 만들어진 자아와 애도하지 않음으로써 만든 자아가 있습니다. 전자의 자아는 과거의 자신보다 훨씬 더 주체적이며 더 단단하고 멋지게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주체적인 자아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후자의 자아는 겉으로 보기에는 전자와 별 차이가 없어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내면에서는 죄책감, 수치심, 원망, 두려움, 불안 등 부정적인 정서가 뿌연 안개처럼 깔려 있습니다. 결국 하늘과 땅 사이의 차이를 가지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어린 시절에 부모를 떠나보냈을 때 어떤 아이는 의젓해 보이려고 울지 않습니다. 그러한 행동은 홀로 남은 두려움이 바로 그들의 공포가 되기 때문에 마주하지 않으려고 애쓴 흔적들입니다. 상실에 대한 아픔이 쓰나미처럼 한 순간처럼 왔다가 덮어지면 덮어지는 줄 알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얼마나 자신의 마음을 그늘지게 하는지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언어로 표현해야 합니다. 감정을 표출해야 합니다. 어린아이처럼 행동하지 못하고 어른처럼 행동하며 살았던 자신을 토닥이며 지금이라도 통곡하며 떠나보내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우리는 상실이 일어난 시점에서 자신의 모든 것이 멈춰버렸다는 사실을 부인하지는 못합니다. 또한 알지도 못하진도 모릅니다.

우리에게 떠나보내는 애도하는 작업은 필수입니다. 애도 작업의 방법으로 (1) 엄마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2) 그 누구도 엄마를 대신할 수 없다. (3) 엄마 없이도 잘 살수 있다는 힘이 주체적으로 생길 수 있는 자신 안의 장점을 찾으면 됩니다. 이 순서를 차분하게 밟으면서 자신의 빈 마음을 채워가야 합니다. 이것이 가능하면 담기는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담기는 사람이 됩니다.

박경은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대표

박경은
'박경은·김종진의 심리상담 이야기'는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박경은 대표와 심리상담가 김종진 씨가 격주로 칼럼을 게재하는 가운데 '심리'의 창을 통해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엿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편집자 주>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2. [취임 100일 인터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 "대전도 경무관급 서장 필요…신종범죄 강력 대응할 것"
  3. [사설] 아산만 순환철도, ‘베이밸리 메가시티’ 청신호 켜졌다
  4. [사설] 충남대 '글로컬대 도전 전략' 치밀해야
  5. 대전중부서, 자율방범연합대 범죄예방 한마음 전진대회 개최
  1.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중부권 최대 규모 크리스마스 연출
  2. 경무관급 경찰서 없는 대전…치안 수요 증가 유성에 지정 필요
  3. 이장우 "임계점 오면 충청기반 정당 창당"
  4. 연명치료 중에도 성장한 '우리 환이'… 영정그림엔 미소
  5. 대전교육청 성천초 통폐합 추진… 학부모 동의 난항 우려

헤드라인 뉴스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대전과 충남이 21일 행정통합을 위한 첫발은 내딛었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많다는 지적이다. 대전과 충남보다 앞서 행정통합을 위해 움직임을 보인 대구와 경북이 경우 일부 지역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서 지역 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대전과 충남이 행정통합을 위한 충분한 숙의 기간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1989년 대전직할시 승격 이후 35년 동안 분리됐지만, 이번 행정통..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