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으로 실린 신인시인 대담에는 올해 신춘문예에서 수상한 박은지, 박정은, 변선우, 윤여진, 이린아 작가의 시작(詩作)에 대한 고민과 삶에 대한 이야기가 담겼다. 시상을 얻는 경험 과정부터 한 시대를 풍미하고 있는 미래파 사조에 대한 소견, 삶을 살아내는 태도에 이르기까지 청년 시인들의 솔직담백한 의견들이 이어진다.
대담에 이어 신인시인 5명의 당선작과 신작도 소개돼 있다. 자연 소재를 통해 존재론적 의심을 풀어낸 박은지 작가의 당선작 '정말 먼 곳'과 돌고 도는 일상 속 삶의 이치를 음악기호에 비유한 박정은 작가의 신작시 '도돌이표', 어둡고 내밀한 감성을 표현한 윤여진 작가의 포스트모더니즘 경향의 시 '박쥐' 등이다.
기성 작가 신작시는 모두 40여 편이 게재돼 있다. 가장 마지막 순서에 있는 신재희 작가의 시 '파문'이 독자의 시심(詩心)에 파문을 던진다. 시간·감정과 같은 추상적 개념의 속성을 감각적 심상을 통해 구체화하고 애잔한 분위기와 여운을 남긴다. 독자의 정서를 건드리면서도 잘 정제된 시어 배열이 인상적이다.
제32회 신인상 수상작인 엄경옥 작가의 '혼밥존' 외 4편과 '신규철 작가의 '나의 강으로' 외 4편도 찾아볼 수 있다. 신규철 작가는 '나의 강으로'에서 어린 시절의 풍경을 회고적 태도로 노래하고, 엄경옥 작가는 '혼밥존'이라는 참신한 소재를 발굴해 현장의 인상을 사실적으로 표현한다. 엄 작가의 작품 중 해 뜰 녘의 미묘한 정취를 닭 울음소리를 통해 묘사한 '쉰 목소리는 날이 서지 않는다'도 눈에 띈다.
한윤창 기자 storm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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