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미 기자 |
“병원 가서 주사 맞아. 그럼 똑 떨어져.”
“요즘 감기약은 약발이 듣지도 않더라. 주사가 빨라.”
나는 주사가 싫다. 어른이 됐지만 주사 바늘을 보는 순간 눈은 찔끔, 고개는 홱 돌아가고 만다. 주사를 맞는 것, 피를 뽑는 것, 어쨌든 그 얇고 날카로운 주사 바늘이 내 몸에 닿는 그 순간이 내겐 최고의 공포다. 주사가 무섭다고, 아팠다고 우는 꼬맹이들의 심정을 나는 안다.
최근 노벨상을 주고 싶을 만큼 위대한 발명을 봤다. 노벨상의 취지가 세계 인류를 위한 복지에 공헌한 자라고 한다면 지금 당장 노벨상을 줘도 아깝지 않을 발명이었다.
반창고형 주사다. 반창고처럼 생긴 이 패치는 머리카락 굵기의 7분의 1 수준인 돌기가 자잘하게 붙어있다. 이 패치를 피부에 붙이면 약물이 돌기를 통해 피부 속으로 침투하게 되는 원리다. 돌기가 있지만 딱딱하지 않고 통증이 없어서 향후 반창고 주사를 기대해 볼만한 특징이다.
물론 상용화까지는 긴 시간이 남았지만 주사 공포증이 있는 나와 세계 모든 이들을 위한 역사적인 발명이 아닐 수 없다.
인류의 삶을 바꾼 위대한 발견과 발명은 참 많다. 대표적으로 알렉산더 플레밍의 ‘페니실린’이 있다.
방치된 곰팡이에서 우연히 발견된 페니실린은 천연두, 홍역, 콜레라, 패혈증과 같은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구원자였다. 페니실린의 발견으로 인간의 평균 수명은 연장 될 수 있었다.
인류를 바꾼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남긴 위대한 유산. 우리는 이들의 이름과 그 유산을 '노벨상'이라는 이름으로 기억하고 있다.
10월은 노벨상의 달이다. 지난 1일부터 8일까지 올해는 문학상을 제외하고 5개 부문의 수상자들이 발표됐다.
일각에서는 주변국과의 벌어진 격차를 설명하며 우리나라 과학계의 변화를 주문하고 있다.
한국 과학은 80~90년대 급격한 성장을 이뤄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다소 주춤한 듯 보이지만 과학은 퇴보가 없다는 말처럼 인류를 위한 위대한 여정은 계속되고 있다.
올해도 우리나라가 노벨상을 받지 못했다고 조급하거나 자조적인 목소리를 낼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페니실린도 첫 발견 이후 17년 만에 노벨상을 수상했고, 존 내쉬는 21살에 쓴 논문으로 44년 뒤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2020년 중이온가속기 라온이 가동된다. 코리아늄이 발견되고, 암을 정복할 단서를 라온에서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도 인류를 위한 길에서 영광스러운 노벨상 수상을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이해미 경제과학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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