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춘당 종택에서 송영진 주조자 모습. |
동춘당 국화주 주조자 송영진(48) 씨는 종택의 마루에서 건조되고 있는 누룩(술의 재료)을 바라보며 안타까워했다. 25년 전 주조 기능을 익히기 시작해 지난 8월 대전와인페어에서 자비로 홍보부스를 만들 만큼 국화주를 알리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아직까지 본격적인 시중 유통을 하지 못하는 현실 탓이다.
송영진 씨는 지난 2016년 대전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동춘당 국화주 주조 기능을 보유한 김정순 여사의 막내아들이다. 동춘당 송준길 선생의 14대손이기도 한 그는 연로한 김 여사를 도와 기능 후계자로 경력을 쌓아가고 있다. 송 씨에 따르면 동춘당 국화주는 현재 국세청으로부터 주류 제조면허를 허가받지 못한 상태다. 양조시설 등 적당한 규모를 갖춰야 제조 면허를 받을 수 있지만, 시설을 짓기 위해서는 문화재청으로부터 민속 문화재로 지정된 종택 현상변경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한다. 송 씨는 "문화재청에 민원을 신청해봤지만 대전시의 계획이 제출되면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동춘당 국화주는 조선시대 문신 동춘당 송준길 선생이 숙종으로부터 시호를 하사받을 때 함께 받은 술로 그 유래가 전해진다. 이후 국화주는 송준길 종가의 차례상, 손님 주안상의 가양주(집에서 담근 술)로 사용돼 왔고 주조법이 가문을 통해 꾸준히 전승돼 왔다. 2000년 대전 대표음식 '육미삼주(六味三酒)' 중 삼주의 하나로 선정됐고, 우여곡절 끝에 2016년에야 주조 기능이 대전 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송 씨의 바람은 기능 전승과 더불어 동춘당 국화주가 지역민들에게 널리 알려지는 것이지만 대전시로부터 대중화를 위한 홍보와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는 "한 가족의 힘만으로는 각종 면허와 허가를 취득하고 제대로 된 양조시설과 전승관·체험관을 짓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동춘당 국화주가 경남 진도의 홍주처럼 지역을 대표하는 술로 자리매김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한윤창 기자 storm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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