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영미 경제과학부 기자 |
한 달에 한 번 정도 찾는 엄마 집, 친정은 나를 가장 반갑게 맞아 주는 곳이다.
설령 집에 식구들이 없더라도 친정집 안에서 느껴지는 공기는 마냥 따숩다.
아이를 온전히 부부 둘이서 키우다 보니 직장과 육아에 치여 삶조차 힘에 부치기 마련이라, 가끔은 아들 녀석 둘만 데리고 친정으로 간다.
남편도 모처럼 편하게 쉴 수 있어 은근히 내가 친정에 가주었으면 하는 눈치다.
아이들과 하룻밤을 보내고 오는 동안 나는 엄마에게 '음식 고문'을 당하고 온다.
늦은 아침밥과 커피 한잔 마시고 나면 곧 점심밥, 또 중간 간식 타임을 거쳐 5시 반쯤 이른 저녁을 먹는다.
배가 꺼질새 없이 엄마는 먹을 것을 내 앞으로 대령한다.
옛말에 자식 입에 먹을 것 들어가는 것만 보아도 엄마는 배가 부르다고 했던가. 40이 넘은 딸 입에 들어가는 것도 우리 엄마 눈에는 예쁜가 보다. "아 엄마 배불러~~"가 입에서 자연스레 터져 나온다.
따스한 온기와 김치찌개만 있어도 맛있는 꿀밥, 그리고 달디단 낮잠. 내게 친정집은 그런 곳이다.
이런 기억을 떠올리며 '집'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사전적 의미의 '집'은 사람이나 동물이 살기 위해 지은 건물을 일컫는다.
사람이 살기 위한 장소, 하지만 현대인에게 있어 집은 투자 수단 정도가 아닐까.
평범한 월급쟁이가 집을 하나 마련하려면 30년이 걸린다고 한다. 직장인들 얘길 들어보면 집집마다 빚 없는 집이 없다. 다들 아파트를 담보로 잡히고 대출을 받아 샀기 때문이란다.
최근 집값이 눈에 띄게 오른 대전의 일부 아파트 단지 입주민들이 '집값 담합'을 했다는 뉴스가 나오기도 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집이 큰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이를 두고 "반성해야 한다", "담합했다는 증거 있으면 어디 내놔봐라", "뉴스 나와서 집값 더 올라가겠네" 등 다양한 반응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김용택 시인의 '그 여자네 집'이라는 시가 있다.
가을이면 은행나무 은행잎이 노랗게 물드는 집/해가 저무는 날 먼 데서도 내 눈에 가장 먼저 뜨이는 집/생각하면 그리웁고/바라보면 정다웠던 집/어디 갔다가 늦게 집에 가는 밤이면 불빛이, 따뜻한 불빛이 검은 산속에 깜박깜박 살아있는 집/그 불빛 아래 앉아 수를 놓으며 앉아 있을/ 그 여자의 까만 머릿결과 어깨를 생각만 해도/손길이 따뜻해져 오는 집….
단어 하나하나에서 엄마가 나를 기다려주는 따뜻하고 정다운 우리 집의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온다.
빚이라도 내서 부동산에 투자해 돈 좀 벌어보고 싶은 마음 없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다만 그런 와중에도 나를 따뜻하게 맞아주는 식구들이 있는, 사랑이 느껴지는 집의 진정한 의미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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