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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고백하면 사람들은
당신도 이젠 기교가 제법 늘었다고
말하겠지만
엉덩이를 직접 보여드릴 수도 없고
안 보이는 것은 그냥 믿어주는 게 상책이지
결국 날개는 안 생기고 꼬리가 생겼네
나는 이 꼬리가 싫지 않네
은근히 한 번씩 건드려보기도 하지
날개는 위험하지만
꼬리는 잘 흔들면 출세도 한다지 않는가
꼬리라는 말이 우선 맘에 드네
꼬리 꼬리 하고 입술을 자꾸 오므렸다 펴면
매우 인간적인 재미에다
꼴찌나 밑바닥이 주는 안도감마저 있어
본질에 닿은 듯
패잔병의 흉터 같은
아니 귀여운 여우 같은 꼬리
사랑하는 이 앞에서 슬쩍 흔들면
이 꼬리 붙잡으며 제발 떠나지 마라
애원해 줄까
오, 비너스에게도 없는 꼬리
나에게 생겼네
이제 이 꼬리 흔들어 당신을 잡아볼까
불의 여인, 사랑의 여인 문정희 시인. 시인은 태초의 원초적인 사랑을 꿈꾼다. 영특하고 재주 많은 문학소녀는 곰팡내 나는 관념에 침 뱉기를 서슴지 않았다. 대놓고 여인들의 사랑을 외치는 시인은 탐스럽고 건강한 여인이다. 숨고 움츠리는 여인들에게 손을 잡아주고 밥을 먹여주는 바리데기 같은 시인.
만물의 곡식이 여무는 계절이다. 태풍과 장맛비와 천둥을 견뎌낸 대견함이다. 빠알간 사과에 이슬이 맺힐 때 볼 빨간 처녀의 엉덩이가 들썩인다. 분홍 치마 밑으로 살짝 꼬리가 돋아나는 계절이다. 대처로 나간 동무의 기별이 올 참이다. 먼 도시에 가면 이 꼬리를 펼쳐보리라. 비너스에도 없는 꼬리 나에게 생겼네
우난순 기자 rain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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