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바람에 입김을 분다.
여기 바다의 은총이 잠자고 있다.
흰돛(白帆)은 바다를 칼질하고
바다는 하늘을 간질러본다.
여기 바다의 아량이 간직여 있다.
낡은 그물은 바다를 얽고
바다는 대륙을 푸른 보로 싼다.
여기 바다의 음모가 서리어 있다.
일제 강점기 시인에게 일본은 발톱을 숨긴 야수였다. 대동아공영권이란 허울좋은 사탕발림으로 대륙을 집어삼키려는 야욕을 감춘 괴수에 다름아니었다. 그 음모에 넘어간 조선인이 한두명이었을까. 살기 위해서라는 구차한 변명으로 해방 후에도 호의호식하는 인간들이 건재했다. 결국 일본의 음모는 중도하차했지만 우리는 상처뿐인 영광이어라.
검푸른 바다는 지금도 일렁인다. 동북아의 화약고는 진행형이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지정학적 반도의 운명. 누구에게 도움을 청해야 하나. 누굴 믿어야 하나. 적으로, 혹은 전략적 동반자로 이어지는 3각, 4각관계. 그들의 은총 뒤엔 칼을 쥔 손이 도사리고 있다. 바다의 음모다.
우난순 기자 rain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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