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하이퍼텍스트(hypert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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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하이퍼텍스트(hypertext)

권득용 전 대전문인협회장

  • 승인 2018-10-01 10:03
  • 신문게재 2018-10-02 23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권득용
권득용 전 대전문인협회장
추석 연휴가 끝났다. 그래도 올 추석에는 성균관 유림들이나 사회 각계각층에서 간소하게 명절을 보내자는 목소리가 그 어느 해 보다도 컸었다. 지금까지는 "집안 어른들이 마음 상하실까봐" 또는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까지만"이라고 단서를 붙이며 전전긍긍해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래 우리 세대까지만 명절이나 제사를 모시겠지. 우리가 죽고 나면 누가 하겠어." 라는 사람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우리들의 점진적 사고가 관습의 정의를 바꾸어 차례나 명절을 간소화하거나 또는 변화시키는 데 이제 동의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어찌됐든 추석을 보낸 모든 사람들은 그래도 숙제를 끝마친 것처럼 홀가분한 마음일 게다.

하긴, 1894년 갑오경장 이후 조선사회는 반상(班常)의 개념이 무너졌다. 그 이전에는 양반과 서민들의 제사를 모시는 횟수부터 달랐다고 한다. 조선경국대전에 의하면 3품관 이상은 고조부까지 4대 봉사, 6품관 이상은 증조부까지 3대 봉사, 7품관 이하 선비들은 조부모까지 2대 봉사를, 서민들은 부모님 제사만을 모신다. 그러나 사람들은 오히려 너도나도 양반집처럼 4대 봉사하는 것을 당연시하면서 다른 집들과 비교하여 무리를 해서라도 차례상을 거하게 차리는 것이 효를 실천하는 일인 것처럼 신분과시의 그릇된 풍조가 만연되었다. 그러한 폐단이 오늘날에 와서 가족들 간의 불화가 생기는 명절증후군의 배경이 된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와 마찬가지로 디지털시대의 글쓰기 공간에서도 낡은 것에 대한 텍스트의 목소리 바꾸기가 이미 문학 영역에서 새로운 매체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음에도 우리는 새로운 영역에 대한 인식 부재와 형식 내용에 대한 시도를 하지 않고 있다. 어쩌면 그동안 습관적으로 사용해온 글쓰기에 익숙해진 탓에 문자의 배제에는 아직도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고 있는 것 같다.

하이퍼텍스트란 글쓰기 공간에서 지상(紙上)에 표현된 경우의 1차원 문자 구조에 제약을 받지 않는 컴퓨터상의 문장으로 된 데이터구조를 말한다. 지금까지는 인쇄본이 출판문화의 이상적 형태였지만 이제 인쇄 시대는 끝나고 아직 형식적인 틀이 완성되지는 못하였지만 새로운 디지털테크놀로지 시대가 도래하는 것처럼 모든 예술은 완성되는 순간 퇴보하거나 쇠퇴하기 마련이다. 하이퍼텍스트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개별적인 유닛(unit)과 의미를 생성 확대시키는 링크(link)를 어떻게 연결 또는 존재시키느냐가 중요하다.



이제 문학작품에서 하이퍼텍스트는 대중이나 독자들로부터 유리한 상황임에 틀림없다. 우리의 명절 풍속도도 그러하다. 명분과 형식에 구애받지 말고 조상의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과 정성으로 연결되는 하이퍼텍스트가 가가례(家家禮)의 매개체가 되었으면 한다. 권득용 전 대전문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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