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자외선은 파장이 10~120㎚에 불과한 빛을 말한다. 짧은 파장을 이용해 반도체 기판에 회로를 조밀하게 그려내는 극자외선 리소그래피 나노미터 해상도로 물질을 관측하는 극자외선 이미징에 활용된다.
또 극자외선을 쪼여 물질의 물성을 파악하는 분광학 연구에도 유용하게 사용된다.
극자외선을 다양한 분야에 활용하려면 결맞음성이 갖춰져야 한다. 결맞음성은 빛 파장의 위상과 주파수가 같아 서로 간섭할 수 있다는 의미로 가(可)간섭성으로도 불린다. 별개의 파장이 서로 보강하는 간섭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강력한 빛을 생성하기 위반 기본 성질이다.
지금까지 다중광자흡수 현상이 결맞은 극자외선을 생성할 수 있는 유일한 경로로 알려졌다. 다중광자흡수는 별도의 광원을 이용해 원자에 빛을 가하면 원자가 여러 개의 빛 입자를 동시에 흡수해 들뜬상태가 된 후, 낮은 에너지 상태인 바닥상태로 이동하면서 결맞은 극자외선을 내놓는 현상이다.
김경택 교수팀은 광원에서 강력한 빛을 가하게 되면, 다중광자흡수 현상과 다른 새로운 경로로 극자외선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1000조 분의 1초라는 찰나의 순간에 빛을 가하는 펨토초 레이저를 이용해 발생시킨 극자외선은 기존과 달리 레이저 위상 변화에 따라 세기와 발생방향이 달라지는 특성을 보였다.
좌절된 터널링 이온화 현상으로 인해 이러한 극자외선이 발생한다는 점을 증명했다. 펨토초 레이저를 가하면 전자와 원자는 완전히 분리된다. 이후 전자는 자유롭게 가속하면 진동하다가 레이저 빔이 사라지고 난 뒤 원자와 다시 들뜬상태로 결합한다. 이후 원자가 바닥상태로 떨어지는 과정에서 그 에너지 차이만큼 결맞은 극자외선을 내놓는다는 것이다.
강력한 에너지를 가진 펨토초 레이저는 전자 하나하나의 움직임을 조절할 수 있다. 연구진은 원자에서 완전히 분리된 전자들이 펨토초 레이저의 위상 변화에 따라 서로 보강하거나 상쇄하는 간섭 현상을 일으켰고, 이 때문에 FTI 극자외선의 세기와 발생 방향이 달라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전자가 분리되지 않는 다중광자흡수 현상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이번 연구성과는 결맞은 극자외선의 정확한 생성 원리를 규명했다는 학술적 의미가 있다. 기존 다중광자흡수 현상은 극자외선 발생 과정에서 광원의 세기가 고려되지 않은 만큼, 이번 연구가 광 물리학 연구의 근본적인 이해를 넓힌 셈이다.
또 세기와 방향을 조절할 수 있는 FTI 극자외선의 특징을 이용하면 산업계에서 요구하는 더 강력한 극자외선 광원 개발도 가능하다.
이를 통해 현재 최고 선폭인 7㎚보다 더 가는 회로를 한 번의 노광으로 그려낼 수 있다. 초미세 공정을 통해 초고정밀·초고성능 반도체 시대를 견인할 수 있다는 의미다.
김경택 교수는 “IBS 연구진이 개발해온 펨토초 레이저는 세계적으로도 극소수의 연구실만이 가지고 있는 최첨단 기술이다. 새로운 광원의 발견은 종종 새로운 학문 분야의 탄생으로 이어지는 만큼 이번에 규명한 극자외선이 무궁무진한 관련 연구로 확장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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