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초 씨릅부 선수와 지도자들이 72회 전국씨름선수권대호 입상 후 기념촬영에 임하고 있다.(대전서구씨름협회제공) |
"뒤집기 한판이면 ○○이 된다." 씨름을 주제로 한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의 카피 문구다. 뒤집기 한판으로 꿈을 향해 달려가는 대전의 씨름 꿈나무들이 모래판 위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선수들의 함성으로 가득 찬 연습장은 지난여름 맹위를 떨쳤던 폭염보다도 뜨겁게 느껴진다.
문지초 씨름부는 3~6학년까지 총 17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때 프로야구 다음으로 인기스포츠의 위상을 누렸던 씨름은 현재는 사양길로 접어들면서 유일한 프로팀이 해체되는 등 위기를 겪고 있다. 문지초등학교 씨름부는 대전에 단 두 개뿐인 초등학교 씨름 클럽으로 대전 소년 씨름계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07년에 창단한 문지초 씨름부는 11년의 짧은 역사 속에서도 소년체전을 비롯해 전국 씨름대회에서 꾸준한 성적을 거두며 지역 씨름을 빛내고 있다. 지난 2016년 제70회 전국씨름선수권대회'에선 용장급과 용사급에서 8강, 역사급에서 우승을 거뒀으며 7명이 출전하는 단체전에서 8강에 입상하는 등 창단 이후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당시 역사급에서 우승한 장원석 선수는 16강부터 한 판도 지지 않고 결승에 진출하였고, 스포츠 채널에서 생중계하는 결승에서도 들배지기 한판으로 상대를 제압하면서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후에도 문지초는 매년 입상자를 배출하며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2017년 71회와 올해 초 개최된 72회 대회에서도 각각 8강 진출과 초등부 청장급 2위를 기록했다.
문지초 씨름부의 이런 성과는 선수와 일반 학생을 구분하지 않고 아우르는 참여형 육성 시스템에 있다. 되도록 많은 학생이 씨름에 참여해 흥미를 느끼도록 하고 그중 재능 있는 아이들을 선수로 선발하고 있다. 성적이 아닌 참여를 중시하다 보니 의외의 성과도 있다.
방과 후 교실을 통해 씨름을 접한 아이들이 씨름 경기 규칙에 적응하면서 자연스럽게 인성 교육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문지초 체육부장 정지환 교사는 "씨름은 우리 민족의 전통스포츠로 인성과 예의 그리고 존중과 배려를 강조하고 있다"며 "교실에서 산만한 아이들도 씨름판에서는 진지한 승부사의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씨름이 우리 민족 전통의 스포츠로 알려진 이유는 단순한 격투 스포츠가 아닌 예의범절이 씨름의 규칙 속에 있기 때문이다. 씨름의 기본은 인성이다. 윗사람에 대한 예의, 아랫사람에 대한 배려 연습 전후의 청결을 가장 먼저 강조한다.
문지초등학교 씨름부 연습 장면 |
정 교사는 "고덕희 교장 선생님을 비롯해 학교 측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 대전 소년 씨름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며 "교육계와 체육계를 비롯한 많은 시민이 전통씨름 다시 사랑해주고 과거의 명성을 회복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금상진 기자 jod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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