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을 받는다는 것은 두통이 있어 병원 가듯이 이가 아파 치과 가듯이 생각할 문제는 아닙니다. 몸이 아픈 것은 소문내라는 말이 있습니다만 마음이 아픈 것은 드러내고 싶지 않은 이유가 많습니다. 사람간의 관계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중삼중으로 더 고통 받고 혼란해질 수 있습니다.
말하기를 상당히 꺼리는 내담자였습니다. 가까운 사람에게 비방과 욕설을 들었습니다. 직접 욕을 하는 것이 아니라 비겁하게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입장만 이야기하며 거짓 소문을 내고 있었던 것입니다. 내담자는 잘못한 것도 없는데 말도 안 되는 거짓된 욕을 먹으니 배에 독가스가 가득 찬 느낌으로 살고 있다고 했습니다. 해소를 하지 않으면 병이 생길 것 같아서 상담을 하지만 잘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그는 상대의 비방에도 어떤 대처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묵묵부답으로 대응했습니다. 그는 그가 남에게 좋지 않은 말을 하는 가벼운 사람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고 그에 대응을 하면 자신이 더욱 힘들어짐은 물론 다른 피해자가 생길 것을 알았기 때문이라 했습니다.
그것이 좋은 대처 방법이라고 생각했으며 스스로 잘하고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진실을 알게 된 사람들이 하나 둘씩 연락을 해 왔습니다. 맥락을 볼 수 있고 직관이 있는 사람은 바로 알더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욕을 하는 것이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많으며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계속 무 대응하라는 사람도 있었고 인연을 끊으라는 사람도 있었답니다. 역설적으로 팔팔 끓는 뜨거운 냄비를 계속 안고 있으라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나중에는 그렇게 오해했던 부분이 미안하다는 사람도 있었답니다.
인간관계에서 정답은 없어도 진리는 변하지 않습니다. 언젠가는 진실은 밝혀집니다. 진실이 밝혀지지 않더라도 떳떳하면 됩니다. 그렇게 당당하게 행동했던 내담자도 사람이었기에 힘들었습니다. 주변에 이런 일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변 사람에게 말하고 함께 욕을 하는 대응도 합니다. 그런데 그것을 잘 참는 그런 이 내담자에게 어떤 문제가 있어서 일까요? 억압과 억제 때문일까요? 착한 콤플렉스 때문일까요? 교만일까요? 아니면 성인일까요?
그는 스스로 양심이라는 초자아가 잘못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힘들지 않다고, 억울하지 않다고, 괜찮다고 말하면서도 마음은 힘들고 억울하고 괜찮지 않다는 것을요. 세상을 다 이해하는 척, 다 봐주는 척, 인간을 이롭게 하는 것인 척, 척하며 살아온 자신을 봤습니다. 그럼 그런 패턴으로 계속 살아가야 할까요? 그는 그냥 그렇게 살아갈 확률이 높습니다. 기질은 잘 변하지 않으니까요. 그는 그런 저질, 악질, 갑질의 사람을 만나지 않으면 된다고 말했지만 세상은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학습을 하며 노력해야합니다. 그런 상황이 있을 때 미리 알아차리고 대비해야 합니다.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는 타인을 사랑함으로써 비로소 어른이 된다고 했습니다. 사랑은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날 때 찾을 수 있습니다. 그것이 유치한 아이의 모습을 벗고 어른이 되는 일입니다.
인간관계든 일적인 것이든 꿈에 관한 것이든 얽히고설키지 않고 막히지 않고 술술 잘 풀어 나가길 바랍니다.
김종진 심리상담가
'박경은·김종진의 심리상담 이야기'는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박경은 대표와 심리상담가 김종진 씨가 격주로 칼럼을 게재하는 가운데 '심리'의 창을 통해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엿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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