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 가볼만한 곳] 홍주읍성과 안회당, 여하정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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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 가볼만한 곳] 홍주읍성과 안회당, 여하정 여행기

  • 승인 2018-09-23 22:03
  • 조경석 기자조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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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주성 남문인 홍화문과 홍주성 수성비.
평화롭기 이를데 없는 지금과 달리 과거의 홍성은 다사다난한 고장이었다. 충청, 서해안의 거점지인 '홍주목'으로 수 십 개의 고을을 다스리기도 했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어쩌면 충남도청이 홍성으로 이사한 것은 예견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본론으로 돌아오자면 홍성은 '목'이라는 중심지였기 때문인지 중요한 역사적 사건의 무대로 자주 떠올랐다. 동학농민운동의 중요 전투 장소이기도 했고 '순례성지'가 될 정도로 곳곳에서 심한 천주교 박해가 자행되기도 했다. 을사조약 직후에는 바람 앞 등불처럼 위태롭게 흔들리던 나라를 지키기 위해 의병이 들고 일어난 지역이기도 하다.이 모든 일의 중심에는 홍주읍성이 있었다. 동학농민운동과 의병전투에선 성을 격파하거나 수성하기 위해 싸웠다. 천주교 박해는 읍성 안 공터에서 일어났다.

이처럼 역사의 현장이자 삶의 터전이었던 홍주읍성도 일제의 무자비한 손길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읍성은 무너졌고 그 자리를 가로질러 초등학교와 군청을 세웠다. 큰 고을도 허물어지고 성벽 일부만 황량하게 남았다. 흥선대원군이 썼다는 현판들은 온데간데없이 자취를 감췄다. 이것이 내가 어릴때 쭉 봐온 풍경이다.

그런데 최근 몇 년 간 홍주읍성 복원 작업이 이뤄졌다. 앞으로도 옛 모습을 살리기 위해 군청 등을 이전하고 바꿔나갈 예정이라고 한다. 대학 진학으로 홍성을 떠난 지라 몰랐던 바뀐 모습을 보기 위해 혼자 길을 나섰다.



내 여정은 성 '밖'에서 시작했다. 따뜻한 가을 햇살을 받으며 읍성 둘레길을 따라 걸어 남문인 홍화문에 도착했다. 홍화문은 성 복원과 함께 만든 문으로 옛 맛은 없었지만 제법 위풍당당한 멋이 있었다.

남문 앞에 이르자 '홍주성 천년여행길' 이라는 안내판이 나온다. 홍성의 천년 역사를 따라 걷는다는 이름이 마음에 들었다. 남문 위에서는 아담하고 정겨운 홍성 읍내가 한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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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성을 따라 걷는 '홍주성 천년여행길' 안내판.
성 내부는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홍주성 수성비와 병오년 의병을 기리는 비석 등 다사다난한 역사를 알리는 유적들도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다만 복원된 성벽이 주변을 둥그렇게 둘러싸고 있어 조금 더 포근한 느낌을 줬다. 어릴 때 이곳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사생대회에 참가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연휴를 맞아 어린 자녀와 산책 겸 구경을 나온 가족들도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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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주성 남문인 홍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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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포를 설치하는 성벽 틈으로 내다본 홍성시내.
조금 더 발길을 옮기면 홍주성 역사관이 나온다. 크지 않은 규모지만 홍성의 역사와 인물을 알기 쉽게 담았다. 역사관에서는 홍주목사, 소위 '사또' 옷도빌려줘 읍성을 배경으로 기념사진 찍기 좋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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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주성 역사관에서 빌려주는 홍주목사 의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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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관에서 조선시대 홍주 모형을 관람하는 가족.
짧은 역사관 관람을 마친 뒤 건너편 홍성군청 쪽으로 향했다. 군청 뒤편의 여하정과 안회당을 보기 위해서다. 여하정과 안회당은 앞서 언급한 비극의 주인공이다. 본래 홍주목사의 휴식지, 집무실이지만 일제가 지은 군청에 가로막혀 의도치 않게 숨어있게 됐다.

다시 찾은 여하정은 멋진 곳이었다. 규모는 작지만 큰 나무가 드리워진 수상정자는 운치 있었다. 왜 홍주목사가 이곳에서 손님을 맞았는지 알 것 같았다. 여하정에 앉으면 술맛이 끝내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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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주목사가 휴식을 즐겼던 여하정.
걸음을 옮겨 찾은 맞은편 안회당에서는 의외의 수확을 얻었다. 문화재 활용사업 일환으로 내부를 개방한 것이다. 안에서는 전통차도 판매하고 있었다. 내부에서 바라본 밖의 풍경이 아름다웠다. 안회당 창문이 액자가 되어 여하정 전경이 한 폭의 그림처럼 담겼다. 창으로 들어오는 쌀쌀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마시는 따뜻한 한 잔의 차까지 완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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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회당 창문으로 바라본 여하정 전경.
긴 연휴, 가족들과 함께 산책하듯 나서기 좋은 짧고 알찬 여행으로 홍주읍성을 방문해 보는 것은 어떨까.

조경석 기자 some7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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