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밀레와 예술가 기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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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밀레와 예술가 기질

양동길 / 시인, 수필가

  • 승인 2018-09-23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밀레의 만종
밀레 <만종>
마을이발소, 사라진 시골 풍경중 하나지요?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허름한 건물에 낡은 의자 몇 개, 조잡한 이발 기구가 전부였지요. 당시 이발기는 머리를 잡아 뽑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뜯긴다고 했어요. 아파서 질금질금 눈물 많이 흘렸습니다. 시퍼렇게 잘 갈린 면도날 보면 섬뜩하기도 하였습니다. '도장병'이라 부르던 버짐, '기계총'이라 하던 두부백선을 옮기는 산실이기도 했지요. 남자 아이들 대부분 머리에 섬이 그려지거나 벌레 먹은 자국이 남았습니다. 잘린 털이 옷 안으로 들어가, 몹시 껄끄러워 참기 힘들었지요. 그런데도, 다른 사람이 머리 만지면 왜 이리 졸리는 지, 꾸벅꾸벅 수십 번 절해야 이발이 끝났습니다.

그런 시골 이발소에도 여지없이 그림이 걸려있었습니다. 흔히 접하는 것들이었지요. 그런 연유로 '이발소그림'이란 명칭이 생겨났나 봅니다. 복제품이나 기계적으로 그린 그림, 인쇄된 그림을 이르기도 하고, 가볍게 그린 그림을 말하기도 하였습니다. 많이 걸려있던 그림 중 하나가 밀레(Jean-Fran?ois Millet, 1814 ~ 1875, 프랑스 화가) 그림이었습니다. 당시를 살아온 누구나 기억하실 것 같아요. 『만종』, 『이삭 줍는 여인들』, 『씨 뿌리는 사람』, 『양치기 소녀』등이 많았습니다. 하나의 작품으로 보면,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은 다빈치(Leonardo da Vinci, 1452 ~ 1519, 이탈리아 예술가)의 『모나리자』라 하더군요. 그런가 하면, 동서고금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그림 중 하나가 밀레의 작품들이라 합니다. 예술가로서 최고 영광이지요. 바르비종Barbizon에서 그린 일련의 작품에 삶의 고뇌와 무게를 덜어주는 안정감, 편안함, 따뜻함을 담았지요. 사사로운 일상 모습을 그렸지만, 성화 이상의 경건한 감동과 전율을 느끼게 합니다. 때로는 장엄하기까지 하지요.

밀레양치기
밀레 <양치기 소녀> 1864, 프랑스 오르세 미술관 소장, 캔버스에 유채.
19세기 프랑스는 정치이념의 대립, 혁명과 보불전쟁 등 폭풍이 휘몰아치는 격변기였지요. 서로 자신이 옳다 주장하며 아귀다툼을 일삼았습니다. 예술계도 다를 바 없었지요. 밀레는 소박하고 조용한 성격으로 캔버스 앞을 묵묵히 지켰습니다. 평화로운 일상이 주는 작고 소박한 가치들을 작품에 담았지요. 작품과 하나 되는 삶을 추구했으며, 작품으로 세상과 소통하려 했습니다. 연약하고 불쌍한 사람들을 향한 연민을 작품에 담았답니다.

밀레는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형제가 무려 여덟 명이나 되었다는군요. 장남이었던 밀레는 초등학교 다니는 것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부모를 도와 가사 일을 돌봐야 했지요. 스무 살이 되어서야 그림 공부를 시작합니다. 다만, 어려서부터 예술가적 기질이 남달랐다 합니다.

예술가 기질, 작가 공부 하다보면 곧잘 등장하는 말이고, 많이 사용하는 말입니다. 그런데, 기질이란 언급은 있어도 실체는 없더군요. 먼저 기질을 볼까요. 심리학적으로 '사람의 행동이나 성격에서 뚜렷하게 드러나는 유전적, 생물학적, 감정적 경향'을 말하더군요. 예술가 기질이란, 예술가로서 타고난 기품과 성질이라 정리 할 수 있겠지요. 예술적 재능을 일컫기도 하고, 개성이 강한 것, 보편성을 거부한다거나 기행, 얽매이지 않은 자유분방함, 감정기복이 심하거나 예민함을 이르기도 합니다. '또라이 기질'이라 속되게 지칭하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끼'란 말도 비슷한 용도로 사용됩니다.

무엇이라 정의할 수 있는 공통점이 있는 것이 아니란 생각도 듭니다. 인상적인 모습이 몇 차례 반복되다보면 그를 기정사실화 하는 경우도 종종 있으니까요? 각기 다름이 특성이라면 특성이겠지요. 그는 예술가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 서로 다릅니다. 개개인 안에도 두 개 이상의 얼굴이 있습니다. 이성의 억제로 때와 장소에 따라 분출되기도 하지요. 상대적으로 비율이 높은 경우는 있겠군요.

예술 활동을 통하여 기질이 만들어 지기도 하겠지요. 그러나 위에 언급한 어느 경우도 예술성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생각합니다. 누구나 일탈을 꿈꾸니까요? 기질이 있다면 투철한 예술혼과 열정, 몰입이겠지요. 창작을 위해 고뇌와 고통 속에 살아야 하는 것이 예술가의 운명입니다.

문화예술 종사자들이 많아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요. 겉멋이 잔뜩 들어 왜곡된 행태를 보이는 모습을 자주 접합니다. 잘못된 인식과 의식의 발로지요. 기이한 행색에 매달리는 사람을 봅니다. 특별한 외모나 행동이 위대한 예술가를 만들지 않습니다. 인위적이 아닌, 내적 성장을 통하여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변화가 아니면 의미가 없습니다. 거듭거듭 허물벗기를 통해 심신모두 진정한 성장을 이루지요. 거드름을 피우는 경우도 종종 봅니다. 잘못되거나 과도한 행위를 많이 하지요. 아무도 예술가에게 특권을 주지 않았습니다. 스스로 있지도 않은 예술가적 기질이라 하여 자신을 변명하기도, 자위하기도, 자기변호에 사용하기도 합니다.

예술가는 작품으로 말하는 것이라 하지요. 예술의 역할은 북극성 같은 존재, 길라잡이라 하기도 하더군요. 자신의 역할, 예술의 역할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정진하는 것이 예술가의 본분이요, 사랑받는 예술가가 되는 지름길이라 생각합니다.

양동길 / 시인, 수필가

양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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