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톡] 마중물의 삶으로 하나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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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톡] 마중물의 삶으로 하나 되어

남상선 수필가, 대전가정법원 조정위원

  • 승인 2018-09-23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예전 수도시설이 제대로 돼 있지 않던 시절에는 펌프로 물을 끌어올려 그것을 수돗물처럼 쓰고 살던 시절이 있었다.

물 한 바가지를 펌프에 붓고 펌프질을 시작하면 시원한 물이 콸콸 쏟아져 나왔다. 그 시절에는 펌프질해서 나온 그 물이 의식주생활 전체를 해결해 주었으며 허드렛용 물로도 긴요하게 사용되었다. 이 마중물 덕분에 밥도 지을 수 있었고 목이 마를 때 갈증을 풀 수도 있었다. 그 바람에 식수가 해결되고 빨래도 집안 청소도 목욕도 할 수 있었다.

더운 여름날엔 마중물로 퍼 올린 그 물로 등목을 즐기기도 하며 등에 한 바가지 물을 끼얹고는 ' 아이 시원하다 !' 하며 비명 같은 소리를 내지르고 쾌재를 부르기도 하였다.

이와 같은 마중물이 있었기에 우리들은 소망을 가지고 꿈을 펼칠 수 있었으며 즐거움을 추구하는 생활도 할 수 있었다. 펌프질로 콸콸 나온 그 많은 물은 한 바가지에 불과한 마중물의 덕분이다.



이렇게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는 마중물은 대체 어떤 것인가?

국어사전에는 마중물의 정의를 「펌프에서 물이 잘 안 나올 때 물을 끌어올리기 위하여 위에서 붓는 물」로 정의하고 있다.

'마중물'이라는 이 '한 바가지의 물' 이 없었다면 지하에 아무리 좋은 물이 많더라도 지상에서는 쓸 수가 없었다.

마중물
게티 이미지 뱅크
20세기 미국의 유명 가수 엘비스 프레슬리 (미국 가수 : 1935 ~ 1977)는 그 어머니가 마중물의 역할을 잘 했기 때문에 세계적인 유명 가수가 되었다.

늘 흑인 악동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며, 폭력적인 알코올 중독자인 아버지 밑에서 시달리며 가난하게 살았던 그에게 어머니가 생일선물로 그가 원했던 권총을 사 주었더라면 자신을 괴롭혔던 악동들이나 아버지를 한 방의 권총 알로 날리는 불행한 비극의 주인공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어머니가 생일 선물로 아들이 원했던 권총을 사 주지 않고 기타를 사 주었기 때문에 아들의 운명이 바뀐 것이다. 어머니의 훌륭한 마중물의 삶으로 아들이 저명한 세계적 가수가 된 것이다. 엘비스 프레슬리 그에게는 마중물 역할을 잘 해 주었던 버팀목과 같은 어머니 덕분에 그가 세계적인 가수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하나의 일화이지만 호사가(好事家)들의 노변방담(爐邊放談)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마중물의 삶'이 남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모두의 관심사로 밝고 환한 세상 만드는 슬로건이 되었으면 한다.

우리 주변에도 마중물의 삶으로 더불어 사는 사회를 더욱 살 맛 나게 하며, 밝은 사회건설을 위하여 일하는 분들이 많이 있다. 가깝게는 매일 같이 볼 수 있는 환경 미화원 아저씨나 119 소방대원 아저씨 같은 분들이다.

이와 같이 한 바가지 마중물은 사람에게 시원한 물을 제공하는 기여, 배려의 기능을 한다. 거기다 마중물은 다량의 밀알을 생산하기 위하여 자신은 썩어 없어지는 한 알의 밀알처럼 많은 물을 퍼 올리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또한 마중물은 상대로 하여금 긍정적인 좋은 일을 할 수 있게 길을 터주기도 하고 꿈과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게도 해 준다.

나는 요즈음 교직생활을 마감한 후 숨 가쁘게 바쁜 생활하면서 자신을 뒤돌아보곤 한다.

나는 YWCA에서 일주에 이틀 60세 이상 83세까지의 할머니들에게 한글을 가르친다. 연세가 드신 분들이라 지각 능력이 떨어져 어려운 점도 많다.

그들은 눈뜨고도 볼 수 없는 까막눈에서 글자를 읽고 쓸 수 있게 되기까지 남다른 노력과 고생을 하면서도 희열을 느끼며 산다. 글자를 터득하고 알아가는 과정에서 할머니들은 마냥 기뻐하고 좋아한다. 그들이 느끼는 기쁨의 정도나 나한테 차례 오는 몫으로서의 희열은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백중지세(伯仲之勢)일 것이다. 거기다 유성평생학습관에서의 60세 이상 만학도의 중·고 검정고시 지도를 비롯해서 대전 가정 법원 조정위원으로서의 이혼소송 가족을 위한 마중물의 삶은 내 생활 활력소의 근간이 되고 있다. 또한 틈틈이 초·중·고교 인성지도 강의를 통한 마중물의 역할로 사회봉사를 하고 있다. 나는 하는 일이 많은 만큼이나 남다른 보람으로 나한테 차례 오는 몫도 많은 편이다. 바로 그것은 나만이 느끼고 맛 볼 수 있는 마중물의 삶에서 오는 희열과 즐거움이다. 이런 마중물의 삶으로 아프고 싶어도 아플 시간이 없을 정도 바쁘게 생활하기 때문에 건강하게 생활한다.

나는 요즈음 무학자 노인들이나 불우환경에 처해 있는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갖게 하는 일을 통해서 제이 인생을 살고 있다. 그들이 희열을 느끼며 즐거움으로 살 수 있게 하는 마중물의 삶을 살고 있는 셈이다. 바쁘게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숨 가쁨도 있지만 그렇게 기쁘고 흐뭇할 수가 없다. 학생 할머니들은 이제 '낫 놓고 ㄱ자도 모르는 상황'에서 글자를 읽고 쓸 수 있게 되었으며 편지까지 쓸 수 있게 되었다. 아니, 은행창구에 가서 청구서를 써서 현금도 찾아 쓸 수도 있게 되었다. 이로 인해 할머니들은 표정이 밝아지고 삶에 활력소가 생겨 꿈과 소망을 가지고 희열속의 즐거움으로 살고 있다. 피나는 노력의 결과로 물질 그 이상의 보상을 기쁨과 환희로 받으며 살고 있다. 주로 70세 안팎의 할머니들이지만 열심히 하는 공부로 인하여 건강 유지는 물론 가족들로부터 인정받고 존재감이 충만한 생활을 하고 있다.

이들은 한글을 터득하여, 새로운 밝은 세상에서 희열과 즐거움으로 살고 있다. 요새는 딴 세상을 사는 것 같은 느낌과 고마움에서 몸소 쑥을 뜯어다 쑥떡을 만들어 오는 할머니가 있는가 하면, 잡채 요리로 허기진 배를 즐겁게 해주는 천사표 할머니도, 감을 깎아 곶감을 만들어오는 할머니도 있다. 자신의 고마움과 희열을 표현하는 경연대회가 심사 없는 경연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야단스럽지만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아름다운 정성과 사랑이 교실에서 감사 그 자체로 묻어나는 경연으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이 한 마디에 들어 있는 '선생님'의 호칭 속엔 왕의 권좌로도 사지 못할 행복감이 똬리를 틀고 있고 천군만마를 얻은 쾌승장군 그 이상의 통쾌함과 고마워하는 마음이 숨 쉬고 있다.

나로 인해서 문맹자가 눈을 뜨고, 희망을 가지고 사는 사람이 날로 늘고 있다. 또 꿈과 자아실현으로 즐겁게 사는 사람이 날로 불어가고 있다.

내가 가정법원 조정위원으로서 하는 일은 가정 파탄의 위기에 처해 있는 이혼소송 부부를 감화 설득으로 합의를 끌어내는 것이다. 원망과 미움의 대상으로 둘이 될 위기에서 하나로 살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내 자신이 마중물의 역할로 위기의 부부 두 사람을 하나로 갈음하여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줄이고 편한 마음으로 살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내 자신이 펌프에 들어가는 한 바가지 마중물이 되어 가정 평화를 조성하고 화목한 생활이 이루어지니 기쁘기 그지없다. 나도 기쁨이 이러할진대 당사자들의 마음이야 말해서 무엇 하겠는가 !

보통사람이라면 누구나 더불어 사는 밝은 사회를 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는 마중물의 삶을 살아야 한다. 가정에서는 부부와 가족 간에, 학교에서는 교사와 학생들 사이에, 회사에서는 고용주와 노동자 사이에, 국가에서는 정치가와 국민들 사이에 피차간의 마중물이 되는 삶을 살아야 한다.

공존동생의 번영과 복지가 우리의 목표라면 밝고 환한 더불어 사는 사회가 그 소산물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마중물의 역할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와 관련되는 운명체의 희비가 엇갈리게 된다.

요즈음은 그 뿌걱뿌걱 소리를 내며 힘겹게 마중물을 부어 펌프질을 하던 그런 모습은 옛 추억에서나 생각할 수 있는 향수의 한 장면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마중물이 하던 숭고한 그 기능의 정신만은 경시하지 않는 현대인의 삶이어야겠다.

헌신, 배려, 기여의 의좋은 삼 형제가 너와 내가 아닌 우리로 활동해 주기를 바란다. 언제 어디서고 부르면 시·공간 전천후 상관없이 '예!' 하고 튀어나와 '마중물의 삶'에 동참해 주는 삶이었으면 한다.

'마중물의 삶으로 하나 되어'

이것은 바로 너와 나만의 것이 아닌, 우리 모두의 것이 되어야 한다.

우리 모두는 '마중물의 삶으로 하나 되어' 너와 내가 아닌 우리로 살아야 한다.

이 어찌 서로의 꿈과 소망을 키워주는 '마중물의 삶'이 밝은 사회건설을 위한 우리의 해야 할 일이 아니겠는가!

남상선수필가 수정
남상선 수필가, 대전가정법원 조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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