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단지에 살고 있는 길고양이. |
흰 횡단보도는 얼룩덜룩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 위로는 고양이 한 마리가 축 쳐진 채 누워있었다. 몸집을 보니 성묘는 아닌듯 했다.
곧 차량 신호가 녹색불로 바뀔텐데.. 다시 보고싶지 않은 끔찍한 광경이었지만 이대로 지나칠 순 없었다.
놀란 마음을 뒤로하고 재빨리 구청에 전화를 걸었다. "여기 어디어딘데요 로드킬 신고하려구요" 구청 직원은 "직원 곧 갈꺼에요. 집에 가셔도 되는데 어딨는지 몰라서 연락할 수도 있으니 전화만 받아주세요" 라는 건조한 말을 남기고 뚝 끊었다.
나는 자리를 뜰 수 없었다. 이 가엾은 어린 고양이의 마지막 길을 지켜주고 싶었다. 이미 통화하는 동안 차들은 쌩쌩 달리기 시작했다. 고양이는 안타깝게도 좌회전 점선이 시작하는 부분에 쓰러져 바퀴에 밟히고 또 밟혔다. 가녀린 몸통이 차에 눌려 들썩거리자 내 마음도 같이 철렁했다. 결국 더이상 그 모습을 볼 수 없어 등을 돌린채 발만 동동거렸다. 구청 직원이 도착하기까지 5분의 시간이 한없이 길게 느껴졌다.
마침내 나타난 구청 직원은 어디냐는 물음을 건넨 뒤 횡단보도로 향했다. 작은 생명이 '치워'지는 데는 단 30초도 걸리지 않았다. 직원은 무심하게 고양이를 들어 쓰레기 봉투에 담았다. 그는 덤덤하게 "빨리 신고하셔서 상태가 괜찮네요. 평소엔 이보다 더 심각할 때가 많은데"라는 짧은 말을 남기고 떠났다. 이미 이런 일에 아주 익숙한 듯 했다.
그 고양이는 단지 먹이를 찾기 위해 이리저리 돌아다녔을 것이다. 세상이 얼마나 험한지 아직 잘 몰랐으니까... 그러다 잠시 한적해 보이는 도로를 신나게 뛰어갔겠지. 사체가 옮겨지고 횡단보도에 덩그러니 남은 붉은 자국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그 자리에 한참을 서있다 집에 가는 길. 길에서 나고 길 한가운데서 떠난 애처로운 작은 생명을 위해 기도했다.
"다음 생엔 좋은 곳에서 태어나 행복하게 살다 편안하게 눈 감으렴. 미안해"
조경석 기자 some7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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