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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오감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등의 5가지 감각을 말한다. 그 중 시각은 뇌를 자극하는 가장 큰 수단이다. 첫눈에 반하는 경우도, 첫인상에 채용 당락이 결정되는 경우도 흔하게 일어난다. 기왕이면 다홍치마가 좋고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는 속담까지 있듯 우린 인생의 많은 부분을 시각에 지배당하고 있다.
시각은 상술에서도 힘을 발휘한다. 색깔, 모양, 크기 등을 통해 시선을 먼저 유혹한다. 후각, 미각은 그 다음이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이 곳 저 곳에서 선물세트가 도착했다. 받는 사람을 기쁘게 해야 할 뚜렷한 목적을 가진 '선물'이라는 이름답게 금박을 입힌 화려한 색상의 포장재들은 그냥 버리기 아까울 정도로 눈을 사로잡았다.
정성스럽게 싸인 선물을 받으니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칼과 가위로 테이프를 자르고 박스와 포장재를 분리하고 나니 정작 내용물은 처음 크기의 절반도 안 되는 양이었다. 주인공을 뺀 나머지는 버려야 할 쓰레기였다.
온라인 마켓에서 거래되는 종이박스는 작은 것은 수 십 원부터 큰 것은 만원에 육박한다. 베란다에 쌓여가는 박스, 충전재, 부직포 등의 쓰레기들을 보면서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찰나의 기쁨을 위한 지나친 투자가 아닐 수 없다.
이런 포장문화는 비단 명절 선물세트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온라인 쇼핑에서 상품을 구매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배 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가 허다하다.
이렇듯 선물세트 포장이 도를 넘어서자 정부에서는 과대포장 단속에 나섰다. 포장 기준을 위반한 제품을 제조·수입한 업주에게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포장 횟수 2번 이하, 포장공간 비율 25% 이하 기준을 지켜야 한다. 화장품류는 포장공간 비율이 35%를 넘으면 안 된다.
지난 설 명절 기간 전국 지자체에서는 이같은 방법으로 포장 기준을 위반한 제품 49개를 적발해 52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 가운데 선물세트는 12개였다. 환경부는 과대포장 실태조사를 진행해 올해 말까지 현행 포장 기준 개선 방안과 포장재 감축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제과업계 과대포장 문제가 불거진 2014년부터 업계 곳곳에서는 줄이고 바꾸는 '포장 혁신'의 바람이 한창이다. 오리온은 포장재 규격과 잉크 사용량을 줄이는 '착한 포장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식품업계도 불필요한 포장을 줄이고 친환경 재질로 바꾸는 '에코 패키지' 대열에 속속 동참하고 있다. 본도시락은 합성수지 비율을 30% 이상 줄인 친환경 용기를 사용 중이다. 풀무원 샘물은 생수 뚜껑을 얇게 만들어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였다.
상품을 보호하고 운반하기 위해 최소한의 조치는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물건이 잘 팔리도록 보기 좋게, 예쁘게, 먹음직스럽게, 탐나게 가꾸는 포장도 판매자 입장에서는 선택 불가한 사항일 것이다. 소비자, 판매자, 환경까지 윈윈할 수 있는 '포장 혁신'이 필요하다.
현옥란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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