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과학기지 설립은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이사장 원광연)와 통일과학기술연구협의회(회장 최현규 KISTI 정책기획본부장)가 주축으로 지난 4월 1차 정상회담 이후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해왔다.
백두산과학기지 조성은 과학계와 국회 차원에서 공감대를 형성하며 탄력을 받았다. 지난 7월까지 국회에서만 두 차례 포럼이 열렸다.
백두산은 자철광, 티탄 철광 등 광물자원이 밀집해 있다. 또 공해가 없어 천연물 연구나 천문관측에 유리하다는 게 과학계의 얘기다. 북한에 있는 1000여 종의 천연물 중 650종의 식물자원이 백두산에 있어 과학연구의 최적지로 손꼽힌다.
백두산의 지정학적 위치로 봤을 때 주변국과의 협력연구는 물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우리나라 과학계의 융합 연구도 가능해져 세계적인 연구협력 거점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통일과학기술연구협의회는 지난 7월 포럼에서 백두산과학기지 건설과 병행해 우선 연구협력 분야로 백두산 화산과 광물, 천연물, 천문을 선정하기도 했다.
남북의 과학기술 수준 차는 약 20년 정도로 보고 있다.
북한의 경우 핵 분야를 제외한 기타 과학 분야는 남측보다 뒤떨어져 있기 때문에 백두산 화산 폭발 등 주요 과학 분야 공동연구에 대한 갈증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실제로 백두산 폭발과 관련해 북측에서 2007년 이후 3차례 남북공동연구를 먼저 제안해 오기도 했었으나 모두 불발됐다.
과학계에서는 남북의 평화 기류가 꾸준히 이어진다면 백두산과학기지 설립 또한 탄력을 받지 않겠느냐는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물론 백두산과학기지 설립은 갈 길이 멀다. 정부출연연구기관과 국회, 정부까지 공감대는 형성했지만, 세 번째 정상회담 이후 구체적인 실행을 위한 논의와 예산 집행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백두산과학기지와 함께 남북 공동연구단 설치도 주목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백두산과학기지는 실질적인 연구가 이뤄지는 허브로 삼고, 남쪽과 가까운 (제2)개성공단이나 평양 인근에 남북 과학인력이 교류할 수 있는 센터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앞으로는 노동력이 아니라 기술력 중심으로 북한의 이공계 인력을 키워야 하는 시대로 출연연의 공동연구센터 설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최현규 통일과학기술연구협의회장은 최근 열린 포럼에서, “과학기술 협력의 종합적인 거점이 마련된다면 남북의 협력은 가속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가기술연구회 고위직 인사는 “과학은 미래를 선도하는 중요한 학문이자 기술력이다. 남북의 공동연구와 인력 교류가 활발해지면 한반도의 평화는 물론 경제성장에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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