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마음에도 너무 놀라 친구들과 집으로 가는 발걸음을 서둘렀다. 신문에서든 방송에서든 온통 김일성의 죽음으로 떠들썩 했고 어린 마음에 '전쟁이 나는 것 아닌가' 하는 공포감도 들었던 것 같다.
당시 갑작스런 김일성의 죽음으로 20일도 채 남지 않았던 김영삼 대통령과의 남북정상회담은 무산됐다. 그 후 남북 정상의 만남은 6년이 지난 2000년이 돼서야 이뤄졌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분단이후 최초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역사적인 만남을 가졌다. 그후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 관광 등 남북에 훈풍이 부는 듯 했지만 남북의 정상이 또 다시 만나기까지는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2007년 10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두 번째 남북 정상회담을 가졌고, 이후 이명박, 박근혜 정권 10년간은 남북의 정상이 만나지 못했다. 남북 관계는 얼어붙었고 국민들의 마음에서도 통일은 먼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전쟁과 이산가족의 아픔을 겪지 못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는 '꼭 통일이 돼야 하나. 지금처럼 서로 각자의 이념으로 살아가자'라는 통일반대론도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올해 초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만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설마 진짜 만날까' 했던 우려는 기대로 바뀌었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의 눈은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인 두 사람의 만남에 쏠렸다. 그리고 4월 27일, 나 역시 아침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텔레비전 앞에 앉아 두 사람의 만남을 지켜봤다. 문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나 서로의 손을 맞잡는 순간 나도 모르게 가슴이 뭉클해졌다. 두 사람이 도보다리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전 세계에 생중계 됐다. 말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두 사람의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국민과 전 세계인에게 깊은 감동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9월 18일,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또다시 만나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두 사람의 만남은 벌써 세 번째로 이번엔 평양에서다. 서울에서 평양까지 비행기를 타고 가는 시간은 고작 1시간 20분, 하지만 평양에서 다시 남북 정상회담을 갖기까지는 무려 11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번 2박 3일간의 평양 방문으로 남북 간의 거리가 얼마만큼이나 더 가까워질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제 국민들은 금강산으로 수학여행을 가고 평양으로 냉면을 먹으러 가는 일을 그려본다. 열차를 타고 북한을 지나 시베리아를 횡단해 유럽까지 가는 여행도 꿈꿔본다. 젊은 세대에서도 서서히 북한과 우리가 한 민족임을 인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18년의 봄과 여름을 지나 어느새 가을이다. 남북관계도 가을처럼 그렇게 무르익어 가길 기대해 본다.
서혜영 미디어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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