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혁 작곡가 |
우선 출발은 가까운 곳에서부터! 경남 마산 합포만 현대음악제에 작품을 발표하러 갔을 때다. KTX를 타고 마산역에 도착. 역을 나오니 시비 하나가 나를 반긴다. 이은상의 '가고파'였다. 이 시에 작곡가 김동진이 곡을 붙였다. 이곡이 바로 가곡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가고파'다. 두 예술가가 만나 고향의 정서가 담긴 가곡이 탄생했고 이 가곡을 통해 우리의 마음은 고향을 향한다.
시간을 더 뒤로 물리고 독일 베를린의 어느 작곡가의 사저로 가보자. 이곳에 특이한 연못이 있다. 한반도 모양의 연못이 있고 통영 부근에 대나무가 심겨져 있다. 통영은 이 작곡가가 그리워한 고향이다. 여기는 작곡가 윤이상의 집이다. 생존 시 유럽5대 작곡가였던 그는 조국을 사랑했고 민주화와 통일을 염원했다. 작곡가 윤이상은 '나의 민족 나의 조국'이라는 곡을 써서 그 꿈을 음악으로 담아냈다. 그러나 불행히도 독재자의 억울한 희생양이 돼 평생 고국에 돌아오지 못하고 베를린에서 한 맺힌 생을 마감했다. 2018년 3월 20일 그의 유해가 통영에 안치됨으로 그는 고향의 품에 안기며 생전의 소원을 이룬다.
조금 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자. 장소는 미국 뉴욕. 한 중년의 작곡가가 있다. 그는 1892년에서 1895년까지 미국의 뉴욕 내셔널 음악원 원장으로 미국에 초빙돼 왔다. 바로 체코의 작곡가 드보르작이다. 그는 이곳에서 롱펠로우의 시를 만나고 흑인영가를 접하는 등 미국문화를 경험을 한다. 그리고 음악사에 길이 남을 금자탑을 쌓는다. 그것은 '신세계(미국)에서'라고 불리는 그의 교향곡 9번이다. 이 신세계 속에서 그는 체코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낸다. 특히 그리움은 2악장을 통해 잘 나타난다. 2악장의 주선율은 "꿈속에 그려라 그리운 고향 예 터전 그리워 향기도 높아…"라는 가사를 붙여 애창되고 있다.
위의 세 음악가를 통해 고향과 조국에 대한 그리움을 보았다. 그 그리움은 음악을 통해 표현됐다. 그 들은 우리에게 값진 음악의 유산을 남겼다. 그리고 우리는 그 음악을 들을 때 감동한다.
가을이다. 그리고 곧 민족의 명절 추석이다. 이 계절 이 시기에는 모두가 고향과 가족을 생각하고 설렘으로 명절을 준비한다. 추석에 고향과 가족 친지를 찾을 때 이 음악을 들으며 가는 것은 어떨까? 김동진의 '가고파'와 윤이상의 '고풍의상' 그리고 드보르작의 교향곡 9번 또는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 같은 친근한 클래식 등과 함께. 아마도 좋은 사람들 만나는 고향길에 훈훈한 정취를 더 하지 않을까? 이 글을 읽는 분들 모두가 즐겁고 행복한 추석을 맞으시길 바라며. 안성혁 작곡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