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남의집 귀한 자식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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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남의집 귀한 자식 입니다.

  • 승인 2018-09-17 16:31
  • 신문게재 2018-09-18 22면
  • 금상진 기자금상진 기자
금기자
금상진 기자.
편의점, 식당, 백화점, 은행 등 이른바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종사자들에게 귀가 따갑도록 든는 단어가 있다. 바로 '친절'이다. 진상 손님들에게 부당한 일을 당해도 이들은 언제나 친절해야 하므로 웬만한 일은 속으로 삭여야 한다.

고객은 왕이다. 그런데 왕도 도가 지나치면 반역이 따라오기 마련인데 서비스업 세계에서는 이마저도 가능하지 않다. 마땅히 하소연할 때도 없는 서비스업 종사자들은 자기들만의 공간에 갑질 사례를 올려놓고 자기 위안으로 삼곤 한다.

알바생 커뮤니티에서 가장 흔하게 거론되는 갑질은 반말이다. 종업원이 자기보다 어리면 대수롭지 않게 반말이 나온다는 것이다. 주로 중·장년층 손님들에서 이런 경우가 잦다고 한다. 서비스업 종사자들을 자기보다 아랫사람이라고 인식을 하기 때문인데 막상 당하는 처지에선 손님이 어르신이어도 부당하게 느낄 수밖에 없다. 얼마 전에는 종업원이 반말로 응대했다가 인터넷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욕설은 콜센터 등 통신서비스업 종사자들이 가장 고통스럽게 느끼는 부문이다. 상대방의 얼굴을 볼 수 없는 특수성 때문에 안심하고 욕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하면 한 시간 넘게 욕설을 하거나 성적인 수치심을 연상하는 말로 고통을 주는 예도 있다. 일부 전화상담실에서는 대책의 하나로 전화를 끊으라는 지시를 내렸는데 근본 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평가다.



식당의 경우는 '갑질 종합선물세트'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다양한 사례가 있다. 서산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기자의 지인은 "얼마 전 한 가족으로 보이는 손님 10명이 식당 마감 시간을 5분 남겨 두고 각자 다른 메뉴를 시켜 매우 난감했다"며 "메뉴 통일을 부탁했지만 소비자의 권리 운운하며 보호단체 신고를 하겠다 으름장을 놓아 하는 수 없이 10가지 메뉴를 준비해 드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인은 "주방에서 조리하다 홀 안의 상황을 볼 때가 있는데 나도 모르게 손에 쥔 칼을 다른 용도(?)로 쓰고 싶다는 충동을 일으킨다"며 다소 섬뜩한 말을 전하기도 했다.

2년 전 일이다. 대전의 모 식당에서 종업원이 비닐장갑을 끼고 볶음밥을 덜었다는 이유로 갖은 욕설과 행패를 부리는 일이 있었다. 30대 초반에 이들은 20대 종업원에게 땅에 떨어진 볶음밥을 먹으라 하고 쌈장을 머리 위에 쏟아 붓는 등 가혹 행위에 가까운 일을 저질렀다. 해당 사건은 경찰까지 출동하며 마무리됐는데 당시 화면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네티즌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최근 요식업주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티셔츠가 있다. 검은색 또는 붉은색 계열의 평범한 티셔츠인데 앞과 뒤 전면에 "남의 집 귀한 자식"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손님들 갑질에 상처받는 종업원들을 위한 한 식당 사장님의 아이디어인데 실제로 티셔츠 착용 후 손님들 갑질이 줄어드는 등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한다. 인터넷상에도 손님들이 이 티셔츠를 올리며 "문구를 보니 자신들도 모르게 귀한 집 자식으로 인식하게 된다"며 좋은 아이디어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손님은 '왕'이다. 그러나 그 왕도 폭정을 일삼으면 반역을 당한다. 내가 존중해야 나도 남에게 존중받는다는 사실을 항상 인지하고 있다면 우리 사회가 조금은 더 살만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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