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기의 행복찾기] 대우 받기보다는 대우하며 살기

  • 오피니언
  • 여론광장

[박광기의 행복찾기] 대우 받기보다는 대우하며 살기

박광기 대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승인 2018-09-14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얼마 전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상임위원장과 국회의원간의 설전을 두고 말이 많습니다. 의견의 차이나 의사진행을 두고 국회에서 설전을 벌이고 갈등이 있는 것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물론 국회에서 이런 설전이나 갈등이 없이 대화와 타협으로 현안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것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의견의 갈등 속에서 약간의 긴장이나 설전을 벌이는 것도 어쩌면 민주주의의 특성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설전이나 갈등이 문제의 본질을 벗어나서 개인에 대한 존중이나 비하 등으로 인한 것이라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이전 국회 상임위원회에서의 설전이 문제가 된 경우도 그렇고, 우리가 살면서 갈등 국면에서 설전을 벌이다 보면 ‘당신’이라는 호칭으로 인해서 그 갈등이 더 큰 문제로 발전하는 경우를 흔히 경험하게 됩니다. 

사전적 의미에서 ‘당신’이라는 용어는 ‘듣는 이를 가리키는 이인칭 대명사로 주로 하오할 자리에서 사용’하는 언어입니다. ‘당신’의 사전적 뜻이 이런 의미라면 공식적인 자리에서 상대방에게 ‘당신’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분명히 적절하지 않고, 상대방이 ‘당신’이라는 말을 들으면 화가 날 것이 또한 분명합니다. 따라서 대화가 격하게 고조되어 있는 상황에서 ‘당신’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오히려 상황을 감정적으로 악화시킬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당신’이라는 용어의 또 다른 사전적 의미로 ‘부부 사이에서 상대방을 높여 부르는 이인칭 대명사’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게 될 경우, 이 용어는 분명히 상대방을 낮추는 말이 아니라 존중하고 높여 부르는 말이 됩니다. 

다만 그 상대가 동료나 모르는 상대가 아니라 ‘부부 사이’라는 전제가 있어야 하지만 말입니다. 따라서 ‘당신’이라는 용어를 듣는 사람이 누구인가에 따라서 당신의 감정적 의미는 완전히 상반된 뜻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당신’의 또 다른 사전적 의미는 ‘문어체에서 상대편을 높여 이르는 이인칭 대명사’입니다. 

이 의미에서 보면 ‘당신’은 상대가 부부가 아닌 다른 사람이나 동료라고 하더라도, 말이 아닌 글로 썼을 경우에는 상대방을 높여 이르는 말이 되니 상대방을 낮추어 이르는 말이 아닌 존칭의 의미가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같은 용어인 ‘당신’의 의미는 상대가 누구인가에 따라서 그리고 또 그 용어를 사용하는 방식이 말인지 아니면 글인지에 따라서 그 상대가 되는 사람을 높이는 용어이기도 하고 낮추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되는 상황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경우 ‘당신’이라는 용어를 누구에게 어떻게 썼기 때문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누가 누구에게 어떤 상황에서 ‘당신’이라는 용어 자체를 사용했는가가 문제가 됩니다. 물론 ‘당신’이라는 용어가 상대방을 하대하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어서 상대방을 낮추어 본다는 의미가 있지만 말입니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우리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만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기본적으로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동안 사회생활을 하면서 정말 많은 분을 만났습니다. 우선 학교에서 만나게 되는 학생들도 그렇고, 연배가 훨씬 많으신 선배 교수님이나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지위에서 활동하시는 분들도 만났습니다. 

그런데 이런 많은 분들을 만나면서 나이가 어리고 지위가 낮은 사람에게도 깍듯하게 예의를 갖추어 높임말을 사용하는 분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러나 일부는 처음 만나는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아마도 나이가 어리고 지위가 낮다는 이유에서인지 하대를 하시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물론 하대를 한다는 것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닙니다. 하대를 함으로써 격식을 없애고 친근감을 나타내기 위해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상대방을 존중하고 대우한다는 의미에서 어느 정도 일정부분 예의를 갖춘다고 하면 그것으로 인해서 오해를 하거나 힐책을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만약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세상에 자기 스스로 남에게 하대를 받거나 존중받지 않아도 당연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분은 절대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문제는 자기 자신은 남에게 존중받고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남
에게는 그렇지 못한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내가 존중받고 대우받기를 원한다면,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대우해 주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사실 그 동안 우리 사회는 남을 존중하고 대우하기보다는 나 자신만 대우받고 존중받기를 원했던 사회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느 정도의 지위가 있고 권위 또는 권력이 있는 분은 남이 자신에게 하대를 하거나 존중하지 않는다고 하면 그것을 자신에 대한 모독이라고까지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사실 그 반대임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이런 현상은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우리 사회가 그 동안 조금은 왜곡된 형태로 발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남을 대우하고 존중하는 것이 마치 자기 스스로를 낮추어 자신의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될 수도 있고, 자기 스스로를 낮추는 것으로 인해서 남도 나를 낮추어 볼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과 현상이 있었던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내가 존중받기 위해서는 남을 존중하고 대우해야 하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 스스로 남에게 대우 받는 익숙함에서 벗어나 남을 대우하고 존중해야 할 것입니다. 남을 존중하고 대우하고, 남이 나를 존중하고 대우하는 것이 결국 서로를 존중하는 것이 되는 것입니다.

남을 존중하고 대우하는 것은 사실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일상에서부터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예를 들어 매일 가는 음식점에서 애매하게 부르는 ‘저기요!’ 또는 ‘여기요!’라는 호칭부터 바꾸어야 할 것입니다. 좀 더 남을 배려하고 존중하고 대우하는 것, 이것이 바로 서로가 서로를 위하고 존중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부터 서로를 존중하고 대우 받기보다는 남을 대우하며 사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보아야겠습니다.

행복한 주말되시길 기원합니다.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박광기 올림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2. [취임 100일 인터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 "대전도 경무관급 서장 필요…신종범죄 강력 대응할 것"
  3. [사설] 아산만 순환철도, ‘베이밸리 메가시티’ 청신호 켜졌다
  4. [사설] 충남대 '글로컬대 도전 전략' 치밀해야
  5. 대전중부서, 자율방범연합대 범죄예방 한마음 전진대회 개최
  1.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중부권 최대 규모 크리스마스 연출
  2. 경무관급 경찰서 없는 대전…치안 수요 증가 유성에 지정 필요
  3. 이장우 "임계점 오면 충청기반 정당 창당"
  4. 연명치료 중에도 성장한 '우리 환이'… 영정그림엔 미소
  5. 대전교육청 성천초 통폐합 추진… 학부모 동의 난항 우려

헤드라인 뉴스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대전과 충남이 21일 행정통합을 위한 첫발은 내딛었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많다는 지적이다. 대전과 충남보다 앞서 행정통합을 위해 움직임을 보인 대구와 경북이 경우 일부 지역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서 지역 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대전과 충남이 행정통합을 위한 충분한 숙의 기간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1989년 대전직할시 승격 이후 35년 동안 분리됐지만, 이번 행정통..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