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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상임위원장과 국회의원간의 설전을 두고 말이 많습니다. 의견의 차이나 의사진행을 두고 국회에서 설전을 벌이고 갈등이 있는 것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물론 국회에서 이런 설전이나 갈등이 없이 대화와 타협으로 현안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것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의견의 갈등 속에서 약간의 긴장이나 설전을 벌이는 것도 어쩌면 민주주의의 특성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설전이나 갈등이 문제의 본질을 벗어나서 개인에 대한 존중이나 비하 등으로 인한 것이라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이전 국회 상임위원회에서의 설전이 문제가 된 경우도 그렇고, 우리가 살면서 갈등 국면에서 설전을 벌이다 보면 ‘당신’이라는 호칭으로 인해서 그 갈등이 더 큰 문제로 발전하는 경우를 흔히 경험하게 됩니다.
사전적 의미에서 ‘당신’이라는 용어는 ‘듣는 이를 가리키는 이인칭 대명사로 주로 하오할 자리에서 사용’하는 언어입니다. ‘당신’의 사전적 뜻이 이런 의미라면 공식적인 자리에서 상대방에게 ‘당신’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분명히 적절하지 않고, 상대방이 ‘당신’이라는 말을 들으면 화가 날 것이 또한 분명합니다. 따라서 대화가 격하게 고조되어 있는 상황에서 ‘당신’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오히려 상황을 감정적으로 악화시킬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당신’이라는 용어의 또 다른 사전적 의미로 ‘부부 사이에서 상대방을 높여 부르는 이인칭 대명사’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게 될 경우, 이 용어는 분명히 상대방을 낮추는 말이 아니라 존중하고 높여 부르는 말이 됩니다.
다만 그 상대가 동료나 모르는 상대가 아니라 ‘부부 사이’라는 전제가 있어야 하지만 말입니다. 따라서 ‘당신’이라는 용어를 듣는 사람이 누구인가에 따라서 당신의 감정적 의미는 완전히 상반된 뜻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당신’의 또 다른 사전적 의미는 ‘문어체에서 상대편을 높여 이르는 이인칭 대명사’입니다.
이 의미에서 보면 ‘당신’은 상대가 부부가 아닌 다른 사람이나 동료라고 하더라도, 말이 아닌 글로 썼을 경우에는 상대방을 높여 이르는 말이 되니 상대방을 낮추어 이르는 말이 아닌 존칭의 의미가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같은 용어인 ‘당신’의 의미는 상대가 누구인가에 따라서 그리고 또 그 용어를 사용하는 방식이 말인지 아니면 글인지에 따라서 그 상대가 되는 사람을 높이는 용어이기도 하고 낮추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되는 상황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경우 ‘당신’이라는 용어를 누구에게 어떻게 썼기 때문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누가 누구에게 어떤 상황에서 ‘당신’이라는 용어 자체를 사용했는가가 문제가 됩니다. 물론 ‘당신’이라는 용어가 상대방을 하대하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어서 상대방을 낮추어 본다는 의미가 있지만 말입니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우리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만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기본적으로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동안 사회생활을 하면서 정말 많은 분을 만났습니다. 우선 학교에서 만나게 되는 학생들도 그렇고, 연배가 훨씬 많으신 선배 교수님이나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지위에서 활동하시는 분들도 만났습니다.
그런데 이런 많은 분들을 만나면서 나이가 어리고 지위가 낮은 사람에게도 깍듯하게 예의를 갖추어 높임말을 사용하는 분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러나 일부는 처음 만나는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아마도 나이가 어리고 지위가 낮다는 이유에서인지 하대를 하시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물론 하대를 한다는 것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닙니다. 하대를 함으로써 격식을 없애고 친근감을 나타내기 위해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상대방을 존중하고 대우한다는 의미에서 어느 정도 일정부분 예의를 갖춘다고 하면 그것으로 인해서 오해를 하거나 힐책을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만약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세상에 자기 스스로 남에게 하대를 받거나 존중받지 않아도 당연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분은 절대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문제는 자기 자신은 남에게 존중받고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남
에게는 그렇지 못한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내가 존중받고 대우받기를 원한다면,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대우해 주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사실 그 동안 우리 사회는 남을 존중하고 대우하기보다는 나 자신만 대우받고 존중받기를 원했던 사회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느 정도의 지위가 있고 권위 또는 권력이 있는 분은 남이 자신에게 하대를 하거나 존중하지 않는다고 하면 그것을 자신에 대한 모독이라고까지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사실 그 반대임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이런 현상은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우리 사회가 그 동안 조금은 왜곡된 형태로 발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남을 대우하고 존중하는 것이 마치 자기 스스로를 낮추어 자신의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될 수도 있고, 자기 스스로를 낮추는 것으로 인해서 남도 나를 낮추어 볼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과 현상이 있었던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내가 존중받기 위해서는 남을 존중하고 대우해야 하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 스스로 남에게 대우 받는 익숙함에서 벗어나 남을 대우하고 존중해야 할 것입니다. 남을 존중하고 대우하고, 남이 나를 존중하고 대우하는 것이 결국 서로를 존중하는 것이 되는 것입니다.
남을 존중하고 대우하는 것은 사실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일상에서부터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예를 들어 매일 가는 음식점에서 애매하게 부르는 ‘저기요!’ 또는 ‘여기요!’라는 호칭부터 바꾸어야 할 것입니다. 좀 더 남을 배려하고 존중하고 대우하는 것, 이것이 바로 서로가 서로를 위하고 존중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부터 서로를 존중하고 대우 받기보다는 남을 대우하며 사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보아야겠습니다.
행복한 주말되시길 기원합니다.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박광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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