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슬픔은 망자의 몫일까요? 아니면 남은 자의 것일까요? 영화는 남은 여자 태미(Tami)의 표류와 기억을 그립니다. 바다를 떠돌다 다른 배에 구조될 때까지 태미는 죽음에 더 가깝습니다. 드넓은 바다 위 정확한 위치도 모르고, 먹을 것은 떨어져 갑니다. 리처드는 죽어 바다로 갔습니다. 그러다가 언뜻언뜻 찾아드는 그의 목소리. 그와 함께 한 추억. 그것이 그녀를 견디게 합니다.
리차드와 태미는 떠돌이입니다. 대화를 통해 드러나는 나서 자란 이야기는 그들이 왜 떠돌 수밖에 없었는지 알게 합니다. 운명처럼 만나 동행이 되고, 어쩌면 서로가 서로에게 떠돌이 삶의 종착지가 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람은 가고 사랑만 남았습니다. 그리고 삶은 이어집니다. 그와 같이 죽음의 바다로 갈 수도 있었을 터입니다. 아니, 그게 더 현실적일 수 있었습니다.
태미는 삶을 선택합니다. 떠난 리처드의 기억이 그녀의 삶에 남아 살아갑니다. 사람살이의 신비로움을 생각하게 합니다. 남겨지고 기억되는 말들, 이미지들, 함께 한 시간들. 그녀는 죽어서 함께 소멸되기보다 살아서 남은 것들을 간직하려 합니다. 그것이 그녀로 하여금 슬픔과 죽음 충동을 이기게 합니다.
영화는 1983년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합니다. 물 위와 함께 물 속도 많이 보여줍니다. 더 기억에 남기는 물 위와 물 속을 함께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카메라는 수면에 걸쳐 있습니다. 삶과 죽음, 사랑과 슬픔, 낭만과 현실, 바다는 이 모든 걸 함께 지닙니다. 태미는 마침내 수면 위로 올라옵니다. 리처드의 배 '마얄루가'가 생각납니다. 수평선을 넘는 자라는 뜻입니다. 그녀는 경계면을 넘어 삶 속으로 옵니다. 그 넘음의 힘이 바로 리처드 까닭임을 영화는 알게 합니다.
삶은 항용 경계에 걸쳐 있습니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있습니다. 끝낼 수도 있고, 계속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사랑이 그것을 넘어서게 합니다. 계속 나아가게 합니다. 사랑을 생각합니다. 사랑을 배웁니다.
-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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