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케묵은 먼지 속에
죽어서 하루 더 손때 묻고
터무니 없이 하루 더 기다리는
북어들,
북어들의 일 개 분대가
나란히 꼬챙이에 꿰어져 있었다.
나는 죽음이 꿰뚫은 대가리를 말한 셈이다.
한 쾌의 혀가
자갈처럼 죄다 딱딱했다.
나는 말의 변비증을 앓는 사람들과
무덤 속의 벙어리를 말한 셈이다.
말라붙고 짜부라진 눈,
북어들의 빳빳한 지느러미.
막대기 같은 생각
빛나지 않는 막대기 같은 사람들이
가슴에 싱싱한 지느러미를 달고
헤엄쳐 갈 데 없는 사람들이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느닷없이
북어들이 커다랗게 입을 벌리고
거봐,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
귀가 먹먹하도록 부르짖고 있었다.
대관령 진부령엔 이상한 생선 가족들이 산다. 그것들은 찬바람과 눈과 햇볕에 시름시름 말라간다. 싱싱한 주둥이엔 가시가 돋친다. 심해에서 솟구쳐 오르던 꼬리는 갈퀴로 변했다. 허연 뱃살에선 고린내가 진동한다. 북어란 놈이다. 이 말라비틀어진 미라같은 생선이 아녀자들의 화풀이 대상이 될 줄이야. 신 새벽, 숙취에 오만상을 찡그린 남편을 패대기치듯 방망이로 북어를 사정없이 두드린다. "저 웬수같은 인간!"
남자들은 성을 짓고 산다. 고색창연한 성은 단군이래 무너질 줄 모른다. 행여 돌덩이 하나 빠져 나올까 노심초사 전전긍긍이 가소롭다. 오늘도 하늘 끝에 닿기 위한 남자들의 성 쌓는 노고는 계속된다. 야생의 암늑대는 보름달이 뜬 밤, 목청을 돋운다. 어우우우우~. 북어대가리들의 시커먼 구멍에서 구더기가 기어나온다. 말을 하렴, 북어대가리들아.
우난순 기자 rain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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