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문화체육과에 따르면 기존의 관저문예회관과 비슷한 규모의 새 문예회관 건립 사업이 2021년부터 추진되지만 활용방안은 아직 수립되지 않은 상태다. 도마동, 변동 등 구도심에 지을 예정이고 공연장·전시실·커뮤니티 공간 등이 들어선다는 계획만 나와 있을 뿐이다. 유사 시설인 관저문예회관이 이미 존재하는 상황에서 문화 인프라 중복 투자라는 비판이 일고 있지만 구는 차별화된 활용 콘텐츠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구 문화체육과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원도심 주민들의 문화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새 문예회관을 건립할 계획"이며 "활용방안에 대해서는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관저문예회관이 서구 남서쪽에 건립돼 그간 원도심 주민들은 접근하는 데 어려움을 호소해왔다.
지역 문화계 인사들은 서구의 청사진 없는 문예회관 건립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콘텐츠 없이 하드웨어만 만든다는 것이다. 이인복 아신아트컴퍼니 대표는 "컨텐츠에 대한 심도 있는 구상이 수반돼야 공간 활용도가 높아질 것"이라며 "대전에 없는 600석 규모의 중극장 구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천효범 목원대 TV영화학 교수는 "구 예산뿐만 아니라 시비와 국비가 상당 부분 필요한 건립 사업인데 활용방안에 대해 고민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새 문예회관 관리 방안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도 이어진다. 김상열 대전대 방송예술공연학과 교수는 "문예회관만 지을 게 아니라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한 청사진을 먼저 제시했어야 했다"며 "지금의 관행대로 한다면 새 문예회관도 결국 미진한 운영 실태를 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존 문예회관의 문화 기획이 발전을 멈춘 채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투자-관리-평가-반영'으로 이뤄지는 프로세스가 좀 더 내실 있게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활용계획 미비에 대한 비판에 대해 서구는 연말께 각계각층의 여론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구 문화체육과 관계자는 "새 문예회관 활용에 대한 주변의 우려를 인지하고 있다"며 "앞으로 지역 주민과 문화·예술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활용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한윤창 기자 storm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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