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톡] 통큰 동문회장 서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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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톡] 통큰 동문회장 서은숙

김용복/ 극작가, 칼럼니스트

  • 승인 2018-09-10 13:32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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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큰 목원대학교 음악대학 동문회장 서은숙.

2018년 9월 9일 오후 5시 200여 명의 목원대 동문 음악가들이 함께하는 '목원동행(牧園同行) 음악회'가 열린 날이다.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은 이를 감상하기 위한 관객들로 꽉 찼다. 장인순 원자력 박사 내외도 오고, 설동호 대전 교육감, 동형춘 CTS기독교 TV방송 교향악단 단장 겸 상임이사도 왔고, 이창기 다산 학당 학장도 관객으로 참석하였다.

목원대학 음악대학은 중부권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학교로 1969년 음악교육과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수많은 전문 음악가들과 음악교사들을 양성하며 명문 음악대학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이번 2018 동문음악회를 개최하는 이유를 서은숙 동문회장은 모교 음악대학 동문회의 새로운 출범을 알리고 후배들을 위한 장학기금을 조성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필자는 서은숙 동문회장을 '통 큰 동문회장'이라 명명했다.

그런데 관람을 하고보니 통만 큰 게 아니라 '나 보란 듯' 하는 배짱까지 지니고 있는 회장이었다. 보자 이유를.

그는 오프닝 공연을 관악기, 현악기, 금관악기가 협연하는 화려한 협주곡으로 하지 않고, 우리의 전통 악기인 장구를 동원하여 한국음악과 출신 임상혁 리더를 앞세우고, 열일곱 명의 동문들을 동원하여 타악으로 흥을 돋우었던 것이다. 10여분 동안 두드리고 때리는 것이 이렇게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 열여덟 악공들의 들어 올리는 손 높이가 똑 같고, 맺고 끊는 동작이 마치 한 사람 동작과 같으며, 고개 짓으로 추임새를 넣는 모습까지 흥, 그것이었다. 나가서 함께 덩실 더~엉실 춤이라도 추며 그들과 밤새 놀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던 것이다.

서은숙 동문회장은 관객들을 그런 기분을 갖게하여 이운복의 지휘와 바이올리니스트 서미애를 악장으로 하는 '관현악을 위한 아리랑 판타지'로 빠져들게 하였다. 80여 명의 동문 음악가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가 등장해 협주곡과 교향곡을 선사한 것이다. 서미애 악장이 리더하며 공연되는 아리랑에 얽힌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왜 아리랑을 선곡하였을까?

아리랑은 한국의 대표적인 민요이다. 2012년 12월, 대한민국의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그러나 아리랑의 어원은 불분명하다. 그리고 그에 대한 여러 가지 설이 제기되고 있다.

흥선대원군의 경복궁 중수 무렵 고향을 떠나는 부역꾼들이 '나는 님과 이별한다'는 뜻으로 아리랑(我離娘)을 불렀다는 설, 흥선대원군이 경복궁 중수를 위한 당백전 발행으로 원성이 자자하여 차라리 '내 귀가 멀었다'는 뜻으로 아이농(我耳聾)이라 한 것에서 유래했다는 설, 밀양 아리랑의 전설의 주인공 '아랑'을 애도한 노래에서 유래했다는 아랑전설(阿娘傳說), 신라 박혁거세의 아내 알영부인을 찬미한 것에서 유래했다는 설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런 설(設)도 있다. 동문회장겸 피아니스트인 서은숙은 김규태 목원대교수가 작곡한 이 노래를 이런 이유에서 이 곡을 선별해서 서미애 악장에게 맡겼을 것이며, 김미자 첼로로 하여금 의미 깊은 연주를 하라고 주문했을 것이다.

참 나를 깨달아 인간완성에 이르는 기쁨을 노래한 아리랑!

'아(我)'는 참된 나(眞我)를 의미하고, '리(理)'는 다스리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으며, '랑(朗)'은 즐겁다는 뜻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아리랑(我理朗)은 "참된 나(眞我)를 찾는 즐거움"이라는 뜻의 노래인 것이다. 거기에 "아리랑 고개를 넘어 간다"고 하소연 하듯이 독백으로 흥얼거리는 것은 나를 찾기 위해 깨달음의 경지를 넘어 피안(彼岸)의 언덕을 넘어간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난다."고 하였다. 무슨 말일까? 진리를 외면하고 오욕락(五慾樂)을 좇는 자는 얼마 못가서 삶의 질곡(桎梏)속에 허덕이게 된다는 뜻인 것이다.

한(限)의 노래나 저급한 노래가 아닌 '아리랑'을 선곡한 서은숙의 지혜!

그는 그렇게 동문들을 이끌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지휘자 이운복 교수의 이야기 안 할 수 없다. 톡톡 튀고 깡충깡충 뛰는 지휘를 했기 때문이다. 이운복 지휘자의 남다른 지휘를 띄우기 위해 동형춘 지휘자 이야기 좀 해야겠다. 동형춘 지휘자는 대전의 버팀목 같은 지휘자이기 때문이다. 그가 정(靜)에서 동(動)을 이끌어 내는 지휘를 한다면, 이운복 교수는 동(動)에서 정(靜)과 교류하는 지휘를 하는 지휘자였다.

정(靜)에서 동(動)을 이끌어 내는 지휘자 동형춘 교수, 그래서 그런지 그는 바보스럽게 겸손하다. 언제나 어눌한 말투에 자신을 낮추고 있다. 그에 비해 동(動)과 정(靜)을 교류시켜 흥을 돋우는 이운복 교수의 지휘는 양 무릎과 발목까지도 동원되어 지휘를 하기 때문에 마치 홍명원 무희(舞姬)의 쟁강춤을 보는 듯 오묘한 재미가 있었다.

오늘 공연에는 한국을 넘어 전 세계를 누비며 활동하는 동문들이 협연자로 나섰다고 한다. 피아노과 졸업 후 미국 맨하탄 음대 석사, 뉴욕 시립대 박사를 거쳐 현재 브루클린 컬리지에 출강하고 있는 피아니스트 이진옥이 '헝가리 판타지'를 연주하고. 또 음악교육과에서 성악을 전공하고 이탈리아 로씨니 국립음악원을 수석 졸업한 후 현재 이탈리아 로마 A.I.D.A 아카데미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메조소프라노 이은선이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 중 '프렐류드와 하바네라'를 들려주었다.

한편, 목원 대학 김규태 교수가 작곡한 '관현악을 위한 아리랑 판타지(2011)'는 서양음악과 국악의 오묘한 조화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오늘 공연에는 오케스트라와 함께 사물 금현욱, 박종찬, 안상용, 서현아가 협연해서 분위기를 띄웠다.

마지막을 장식하는 베토벤 '교향곡 9번 라단조 작품번호 125'의 제4악장 프레스토는 120여 명의 동문합창단과 소프라노 조용미, 알토 구은서, 테너 권순찬, 바리톤 여진욱이 함께 해 웅장하고 섬세하며 열광적인 환희의 무대로 펼쳐져 관객들이 기립박수로 응대하는 환영을 받아냈다. 오늘 대전 예술의 전당 아트홀은 그야말로 감동에 의한 흥분의 도가니 였던 것이다.

서은숙 음악대학 동문회장은 "이번 공연은 지역과 세계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음악가들이 한데 어우러져 우의를 다지는 기회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동문들과 학우들이 함께 목원대학교 음악대학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나가는 기틀을 다지는 기회가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행복했다. 이들이 원근 각지에서 달려와 협연을 한 마음씨가 고마웠고, 오늘 수익금 모두를 자신이 내놓은 5백만원과 함께 동문 후배들에게 장학금으로 쾌적한 것도 흐뭇했다. 바쁜 일정에도 달려와 격려해준 설 교육감이나 장인순 원자력 1호 박사 내외, 감상하는 동안 성원을 보낸 동형춘 교수, 그리고 이창기 교수와 그 밖의 필자가 알아보지 못한 귀한 내빈들, 이 분들이 있어 목원대학교 동문 음악회가 나날이 발전할 것이고 필자까지도 행복한 것이다.

김용복/ 극작가, 칼럼니스트

김용복-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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