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광 이사장 |
한국과학기술평가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략기술 120개의 한·중 격차는 2014년 1.4년에서 2016년 1년으로 좁혀졌다고 한다. 한국의 8대 주력 산업 중 디스플레이, 조선, 기계 분야가 이미 중국에 추월당했고, 휴대전화, 자동차, 철강도 2~3년의 격차밖에 나지 않는다고 하니 아슬아슬한 기술 우위가 언제까지 유지될는지 걱정이 앞선다.
더 큰 문제는 중국은 커다란 내수 시장을 활용, 단기간 내에 특정 산업의 경쟁력을 높여 우리의 주력 산업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부품·소재부터 완제품, 유통망까지 가치사슬 전체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전기자동차 시장의 급격한 성장이 전에 같으면 배터리 세계 1등인 LG화학에 커다란 호재였으나, 요즘은 중국 기업이 정부 보조금을 받고 기술력까지 갖추니 오히려 부담으로 다가온다.
글로벌 시가 총액 500대 기업이 중국은 2008년 43개에서 2018년 63개로 확대되는 동안 한국 기업은 4개로 변화가 없었다. 우리나라가 반도체, 휴대전화, 자동차 등 몇 개 대기업에 의존하는 동안 중국은 수십 개의 글로벌 기업을 키워낸 것이다.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세계 10대 기업에 포함될 정도로 성장해 중국은 미국 이외에 세계 10대 기업을 보유한 유일한 나라가 됐다.
세계 경제는 네트워크에 기반한 플랫폼 혁명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전통 산업에서는 회사가 제품을 디자인·생산·판매하고, 소비자가 구매하는 가치사슬에서 단계적으로 가치가 창출되며, 이 과정에서 재고도 발생한다.
그러나 플랫폼 비즈니스에서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상호작용을 하면서 가치를 만들어 내기에 재고가 생기지 않는다. 우버와 에어비앤비는 자동차와 부동산을 보유하지 않고도 가치를 창출하고, 세계 최대의 소매 기업 알리바바는 재고가 없다.
따라서 플랫폼 기반 기업들이 같은 시장에 진출하면 거의 언제나 전통 기업을 이긴다. 이러한 플랫폼 비즈니스는 전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어서 더는 남의 일이 아니다. 국내 모든 기업이 비즈니스에 플랫폼 방식을 도입하는 것을 검토해야 하는 이유다.
플랫폼의 시장 지배력은 승자 독식인 경우가 많아 내수 시장의 규모가 작은 우리나라 기업은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과 같이 이미 세계를 제패한 플랫폼 기업들과 겨뤄 세계적인 플랫폼을 만드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차량공유나 원격의료 같은 플랫폼 비즈니스마저도 촘촘히 짜인 규제를 넘어서야 하기에 쉽지 않다.
그러나 중국은 대규모 내수 시장을 무대로 플랫폼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강력한 리더십으로 규제를 없애고 기득권층과의 이해 충돌을 조정해 플랫폼 기업의 초기 정착을 지원한다.
중국의 플랫폼 기업은 해외 첨단기술기업을 인수하고 중국계 과학자를 유치하여 미국 기업을 무섭게 추격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표면상 무역 불공정을 이유로 중국과 관세 전쟁을 치르고 있는 이면에는 첨단기술의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절박함이 있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에게 중국은 무엇인가? 물리쳐야 할 경쟁자인가, 협력해야 할 이웃인가. 내수가 작은 우리나라 기업은 결국 세계를 상대로 한 플랫폼 비즈니스를 만들어야 하는데, 전술한 이유로 녹록지 않다. 차라리 내수 시장이 큰 중국 기업들이 아시아 플랫폼을 만드는 과정에 함께 참여하는 것이 더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중국의 굴기가 두렵다고 아예 상종하지 않는다면 기회가 생기지 않을 것이다.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은 시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기업들이 중국에서 플랫폼 비즈니스를 열어갈 수 있도록 중국 진출의 플랫폼 역할을 자처할 것이다. 우리 기업이 중국 기업과의 B2B 협력을 통해 글로벌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하는 날을 기대해 본다.
/양성광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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