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기의 행복찾기] 느낌만으로 살지 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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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기의 행복찾기] 느낌만으로 살지 않기

박광기 대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승인 2018-09-09 11:44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여러분은 여러분 자신이 느끼는 것에 따라 살 수 있을까요? 다소 도발적인 이 질문에 대해서 아마도 대부분은 먼저 '불가능하다.'고 답을 하면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질문을 던지는 이유를 물을 것입니다. 그런데 어찌 생각해 보면 우리는 살면서 여러 가지 이유와 근거를 가지고 어떤 일을 판단하고 결정하고 그리고 행동을 합니다. 그 여러 가지 이유와 근거들은 대부분 일종의 합리적인 판단 또는 객관적 근거가 대부분일 것이지만, 그런 것 외에도 일종의 '감' 또는 '느낌'도 어떤 판단이나 결정에 중요한 이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종종 간과하게 됩니다. 그래서 '느낌에 따라 살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그냥 헛된 질문으로 치부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만약 우리가 어떤 사람을 처음 만나는 경우를 생각해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를 알기 위해 여러 가지 것을 고려합니다. 우선 그 사람의 성별은 물론이고 학벌, 경력, 그리고 지금하고 있는 일이나 직업, 그리고 심지어는 재산상태, 가족관계, 친구관계 등등 정말 많은 것을 알려고 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소위 객관적 자료들을 많이 알게 된다고 해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런 이유는 어떤 판단이나 결정을 할 때는 이와 같은 객관적 자료와 함께 자신의 주관적인 느낌이나 생각 등이 함께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또 경우에 따라서는 주관적인 생각과 느낌이 어떤 객관적인 자료보다 더 판단과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우리가 어떤 분을 처음 만날 때, 그 분의 객관적인 이력사항을 알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에 우리는 그 분에 대하여 그 분으로부터 받는 '첫인상'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첫인상'은 옷매무시, 외모, 행동, 말투, 매너 등을 통해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그 '첫인상'은 후에 그 분의 경력이나 이력, 역할, 활동 등을 통해 굳어지기도 하고, 의외의 이력이나 경력 등으로 인해 무너지기도 합니다. 이 때 만약 후에 알게 된 그 분에 대한 객관적 자료나 상황이 '첫인상'과 부합하는 것이라고 하면 점차 자신의 느낌이 정확하다는 잘못된 확신을 갖게 되고, 향후 다른 사람이나 상황을 접하게 되더라도, 처음 느끼는 느낌과 인상에 더 의존하는 경향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누구나가 한번쯤은 경험해 보았을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어떤 상황에 처하거나 모르는 새로운 분을 만나게 될 때, 우리는 그 상황과 만나는 분이 나에 대해서 긍정적인 '첫인상'을 가지도록하기 위해 알게 모르게 노력하게 됩니다. 우선 평소와는 달리 옷매무시도 고치고 단정한 자세를 취하며 농담보다는 신중하고 정중하고 침착한 목소리로 상대를 대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태도를 통해 자신의 첫인상을 나쁘지 않게 하려는 노력을 유감스럽게도 상대는 대부분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마치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이런 태도를 취할 때, 그것이 진정한 그 분의 모습이나 태도가 아니라는 것을 나 스스로도 알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아무튼 어떤 상황이나 사람을 판단할 때, 이와 같은 '느낌'이나 '첫인상'이나 '감'은 그것이 중요하지 않고 진정성이 결여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런 '느낌', '감', '첫인상'이 적중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니 '느낌'이나 '감'이 객관적 자료보다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주관적 판단에 의해 크게 좌우하게 됩니다. 따라서 본인은 긍정적으로 느낀 것이라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에게는 동일한 이유와 원인 때문에 극히 부정적으로 받아들여 질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결과적으로 개인이 느끼는 '느낌'이나 '감'은 어디까지나 개인적 차원에게 판단이나 결정에 보조적인 역할만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느낌'이나 '감'과 같은 것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런 '느낌'이나 '감' 또는 '첫인상' 같은 것으로 남을 평가하고 판단하고 어떤 결정을 하는 경향이 다분히 있습니다. 그리고 '느낌만으로 살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삶을 느낌이나 감정, 그리고 기분에 따라서 살려고 하는 경향도 있습니다. 특히 어떤 복잡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그 해결방법은 떠오르지 않고 생각이나 고민을 하면 할수록 더 미궁으로 빠져갈 때, 우리는 복잡한 것으로부터의 탈출을 '느낌'이나 '감'에 의존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자신의 감정에 맡겨 두자'는 말로 미화하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인간의 생각은 참 복잡한 것 같습니다. 어떤 때는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만, 또 어떤 경우에는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감성이나 감정이 앞선 결정을 내리기도 하니 말입니다. 그리고 그 결정이 때로는 옳은 결정이 될 수도 있으니, 느낌이나 감정을 완전히 배제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느낌이나 감정으로 인한 결정이나 판단이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우연' 또는 '행운'에 의한 결과 일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객관적인 분석과 이성적인 사고의 결과를 통해 얻어진 결정은 대부분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고, 혹시 그 결과가 부정적이라고 하면 앞서 내린 결정과정에서 이성적인 그리고 객관적인 분석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요즘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고민을 부쩍 많이 합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올바른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그렇고, 무엇을 위해 그리고 어떤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진실 되고 행복한 삶의 방식인가에 대한 고민도 합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면 문득 말 그대로 '되는 데로 그냥' 두는 것이 더 낫지 않을 까라는 유혹도 받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느낌' 그 이상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느낌'이나 '감'이 아니라 정말 진정하게 고민하고 얻은 결과에 따라서 판단하고 결정해야 하는 것이 옳다는 결론입니다.

물론 때에 따라서는 '느낌'이나 '감정'이 더 열정적이고 더 많은 추진력을 갖게 되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이성적인 판단이나 결정은 언제나 그렇듯이 차갑고 냉정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열정이나 추진력만으로 삶을 구성하는 것은 어찌 보면 삶에 대한 진정성이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진정한 삶을 위해, 그리고 진정한 행복을 위해 느낌만으로 살지 않고 느낌과 함께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삶을 한번 꿈꿔봅니다.

행복한 하루 되시길 기원합니다.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박광기 올림

박광기교수-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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