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이상합니까?' |
김수영 문학상을 받은 첫 시집 『양파 공동체』로 주목을 받았던 손미 시인이 첫 산문집으로 '나는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이상합니까?'를 출간했다. 주로 '시인동네'에 연재했던 글들을 다시 손보고 시인이 직접 찍은 사진을 배경으로 얹었다. 산문집을 통해 30대 시인으로 살아가며 겪는 문학적 고민과 밥벌이의 지난함을 고백한다. 아울러 사랑, 여행, 누군가의 죽음 등을 통해 얻은 상념과 감성을 담담하면서 시인다운 유려한 목소리로 풀어내고 있다.
'김수영 문학상'으로 화려하게 등단한 작가임에도 "내가 무언가를 쓸 수 있는 사람인가 아직도 의구심이 든다.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 그럼에도 용기를 내는 것은 더 많은 사람과 소통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작가 손미를 만나봤다. <편집자주>
▲시집이 아닌 산문집을 내게 된 계기는=이 산문들은 2017년에 '시인동네'라는 문예지에 연재했던 원고이다. 다달이 마감하는 지면이었기 때문에 한 달에 한 꼭지는 꼭 산문을 써야 했다. '시인동네'에서 가장 늦게 마감하는 사람으로 유명했다. 그만큼 부지런하지 못하다. 그럼에도 1년 넘게 원고를 연재하면서 자연스럽게 원고가 쌓였고 이 원고들을 읽고 좋다고 말해주는 독자들이 생겼다.
그게 신기했다. 시집을 내고 시를 써도 깊은 공감을 해주는 독자는 별로 없다. 독자들의 잘못이 아니라 시가 대중과 멀어진 탓도 있다. 시를 쓰면서 외로웠던 부분이 산문을 쓰면서 많이 해소됐다. 어떤 시인은 우스갯소리로 시보다 산문이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만큼 많은 분이 읽고 공감하고 피드백을 주었다. 그래서 산문집을 낼 용기를 얻었다.
▲작가도 글을 쓰는 것에 대해 어려움을 느끼기도 하나='솔직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 특히 글에는 진심을 담아야 한다는 강박. 그래서 모든 글을 쓰는 동안 아팠다. 상처들을 파고 들어가서 들여다보고 그것들을 문장으로 옮겨와야 했다.
생각하지 않고 덮어놨던 과거들도 줄줄이 딸려나왔다. 부끄러운 이야기들도 있고 감추고 싶은 이야기도 있지만 솔직해야 했다. 글은 거짓말을 하거나 인위적으로 쓰는 순간 끝이다. 감동을 줄 수 없다. 예술은 그렇다. 진심만이 예술을 살린다. 그래서 밀고 나갔다. 산문집이 나오고 나서 누가 읽을까. 인기가 있을까 하는 생각은 하지 않고 마음 속에 소용돌이 이는 이 마음들을 정직하게 써 내려가고 싶었다. 그래서 썼다.
시인 손미 |
그리고 울었다는 반응도 있다. 슬픈 내용을 담으려던 것은 아닌데 그때그때 순간순간 내가 느꼈던 아픔들을 솔직하게 담아내다 보니 읽는 입장에서는 슬픔이 감지되기도 하나보다. 그래서 울었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 그래서 역으로 내가 그들을 위로한다. 난 이제 그 시간을 거쳐 왔고, 지금의 나는 그때의 내가 아니다 그러니 괜찮다고. 위로하며 위로받으며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
책을 직접 만나서 드리고 싶은 분들은 직접 만나서 드리고 우편으로도 보내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요즘은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평소엔 사람들을 자주 만나지 않지만 만나자고 말하면 거의 다 나와준다. 함께 해준다. 그래서 기쁘고 고맙다. 많은 사람에게 고마운 요즘이다.
원영미 기자
■손미 시인은
1982년 대전출생, 2009년 <문학사상> 시부문 신인문학상을 수상했으며 2013년에는 시집 <양파 공동체>로 제32회 김수영문학상 받았다. 한남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후 고려대학교 문화콘텐츠학 석사를 거쳐 현재 모교인 한남대 출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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