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세상살이에서 머리로 받아 들이지 못하는 것이 몇 가지있다. 30여년을 일로정진하는 바둑실력이 늘지 않는 것과 대통령의 인사<人事>에 대한 비판이다. 포털에서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를 검색해보니 주로 자리<직책>에 걸맞는 능력을 갖춘 인재를 선별, 배치해서 추진하는 일, 즉 정책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순리대로 풀어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풀이를 하고 있다. 오죽이나 사람을 잘 쓰는 것이어려우면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회자될까 반문해 본다.
며칠전 문재인 대통령이 교육, 국방 등 5개 부처를 대상으로 소폭 개각을 단행했다. 역시나 야당은 "코드, 친문 내각이다"고 혹평을 했다. 여당의 "적재적소 인사다"라는 긍정평가하고는 상반된다.
현대의 정치체제에서 선출직 대통령의 능력은 일반적으로 왕정시대의 왕보다는 객관적으로 뛰어날 것이다. 선거라는 제도를 통해 여러번 검증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통령이 수퍼맨일수는 없다. 다양화되고 전문화된 현대사회의 모든 분야를 마스터한다는 것은 그누구라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장 중요시 되는 경제와 안보분야로 한정지어도 대통령이 모든 것을 할 수 없다는 것은 태양이 동쪽에서 뜬다는 것처럼 자명하다. 예를 들어 경제학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고 오랫동안 관련분야에서 경험을 쌓았다 하더라도 고용, 통화, 세무, 물가 등 극도로 세분화됐기 때문이다.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오는 통일안보에 조예가 깊어도, 외교적 능력이 특출하더라도 결국에는 보조해주는 인물을 써야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임명권자<대통령>의 정치적 이념이나 성향이 비슷한 사람을 발탁하는 코드인사는 당연하다고 생각된다. 물론 해당 직무에 대한 능력이나 자질, 전문성은 밑바탕에 깔고서 말이다. 미국의 예를 들어본다. 케네디 대통령은 친동생을, 클린터 대통령은 부인 힐러리를, 현 트럼프 대통령은 사위를 중용했다. 우리 정서상 용납되지 않는 일이지만 미국에서는 코드인사라고 손가락질 받지 않았다. 해당 분야에 전문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야당의 주요공격 프레임으로 활용된 코드인사는 반대로 해석하면 임명권자의 철학을 잘 구현할 인사로 해석할 수 있다. 히딩크 감독시절 이영표, 박지성을 네덜란드로 진출시킨 것도 코드인사의 긍정적 사례다.
지역간 갈등이 존재하는 우리나라 정치판에서는 내각에 지역안배라는 것이 필요하기는 하다. 그렇다고 성향이나 이념이 틀리지만 단지 전문가라는 이유로 등용할 수는 없다. 등용되더라도 내부 갈등 요소로 작용해 오히려 국정의 혼란을 초래할 것을 불문가지다.
이명박 정권시절 고려대, 소망교회, 영남지역 출신만 뽑았다고 붙여진 '고소영'이나 강남에 땅이 많은 부자들로 구성된 내각이라는 '강부자'라는 비판이야말로 망사(亡事)에 대한 제대로 된 비판이다.
이건우 기자 kkan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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