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석 ETRI 커뮤니케이션전략부장 |
이러한 이유로 인간의 독특한 능력 중에 구체적인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 모호함을 생각할 수 있다는 능력이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실상, 그 모호함은 화장을 지운 뭍 여성들의 낯선 모습과 같은 의미다. 그런 모호함은 디지털의 세계에서는 지극히 친숙한 것이다.
가장 쉽게 이것과 저것이 어떻게 다른지, 요것과 조것이 어떻게 다른지를 분류해 나가는 작업이 추상이기 때문이다. 온갖 치장과 가식을 다 걷어 낸 순수한 모습, 더 나아가 그 대상을 이루는 기본 물질, 더 나아가 기본 원자 수준에서의 분류까지 디지털의 세상에서는 손쉽게 다룬다.
또 반대로, 그 속살의 관계를 너무나 잘 알기에 자유자재로 잎사귀를 흉내 낸다. 인간이 인공지능에게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이젠, 인공지능이 추상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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