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지도자는 때로 공약(公約)을 공약(空約)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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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디세이]지도자는 때로 공약(公約)을 공약(空約)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

이정호 목원대 금융보험부동산학과 교수

  • 승인 2018-09-03 08:29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이정호 교수
이정호 교수
근래 소득 주도 성장과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된 정부의 경제정책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고, 이들에 대한 찬반논쟁이 첨예화되고 있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 수립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와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의 최근 발언을 살펴보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박승 전 총재는 J노믹스를 총괄한 경제 원로이고 김광두 부의장은 J노믹스 설계자로 불리기 때문이다.

박승 전 총재는 문재인 캠프의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 자문위원장을 역임하면서 소득 주도 성장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8월 30일 어느 신문사와의 인터뷰에서, ‘성급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영세 자영업자는 소득이 줄어들었고 이로 인해 고용도 줄였기 때문에 저소득층 전체로 볼 때 오히려 소득이 감소됐다’는 취지를 밝혔다.

또 진보정권이 성공하려면 친서민 경제정책과 친기업 경제정책이 함께 가야 하는데, 지금은 후자가 없기에 소득 주도 성장을 통해 가계소득을 늘려주는 동시에 기업 투자 촉진을 위한 종합적인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고도 역설했다.



의장이 대통령인 국민경제자문회의 김광두 부의장은 문 대통령에게, ‘소득 주도 성장 논쟁에 매몰되지 말고 더 큰 틀에서 이야기해야 한다,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본으로 돌아가자'고 한 건 현 정부의 경제 운영이 기본을 벗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용 쇼크에도 소득 주도 성장을 계속 진행하겠다고 밝힌 문 대통령에게 사실상 소득 주도 성장의 수정과 경제정책의 변화를 요구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경제의 기본은 무엇인가. 바로 시장과 기업이다. 시장이 활발하게 돌아가고 기업이 마음껏 힘을 내 스스로 뛸 수 있는 토대를 정부가 만들어 주는 것이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기본은 도외시하고 소득 주도 성장의 기치 아래 시장과 기업은 힘을 잃게 하고 '세금 주도' '노조 주도'의 일변도로 질주하고 있다.

정부의 경제정책에 관해 국민의 생각은 어떠한가. 지난달 31일 갤럽 발표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주 56%에서 한 주 사이에 다시 3%p 하락한 53%를 기록했다.

특이한 점은 소득 수준별로는 최하층에서 38%로 가장 낮았고, 직업별로는 자영업자에서 42%로 최하위였다. 이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고용 쇼크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소득 주도 성장이란 경제정책과 이에 따른 최저임금 인상으로 가장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했던 소득 수준별 최하위층과 자영업자들이 오히려 고통을 겪고 불만족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경제정책과 밀접하게 관련된 고용정책과 노동정책도 부정평가가 51%로 긍정평가 30%보다 훨씬 높았다. 국민은 현 정부의 경제정책과 고용 및 노동정책에 관해 압도적으로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대다수 경제 전문가와 학자, 기업인들 또한 소득 주도 정책이 잘못 가고 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아무리 선하고 이상적인 공약(公約)이더라도 현실과 괴리된 공약이행은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없다. 마치 이상(理想)의 모래 위에 성을 쌓으려는 것과 같아서 현실의 파고가 불어오면 성은 곧 허물어지고 만다.

공약이 아무리 이상적이고 바람직할지라도 현실성이 결여됐다면 공약 조정이 필요하고 때로 공약(公約)을 공약(空約)으로 할 수 있는 결단이 필요하다. 공약(公約)도 결국은 국가의 부강과 국민의 행복을 위한 것인데, 공약으로 인해 오히려 국민의 삶이 더 어렵게 되고 국가의 발전이 지체되고 퇴보한다면 당연히 공약시행의 조정과 필요하면 폐기도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지도자가 국가와 국민을 위한 참다운 지도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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