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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 직장인들이 일과 삶의 균형(Work and Life Balance)을 일컫는 신조어를 외치기 시작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기성세대들은 야근을 당연하게 생각했고, 가족과의 '저녁 있는 삶'은 생각조차 하기 어려웠던 것이 현실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젊은 세대는 연봉을 조금 적게 받더라도 직장과 일상에서의 자기만족과 행복감이 우선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워라밸'이 직업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실제로 한 취업 포털 설문조사에서는 직장인에게 "워라밸이 좋다면 연봉이 적어도 이직하겠느냐"는 질문에 59%에 달하는 사람이 '그렇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이 같은 워라밸 열풍 속에 지난 7월부터 도입된 '주 52시간 근무제'가 이제 2개월을 맞았다.
야근이 많기로 손꼽혀 온 은행권에서도 본격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내년 7월 전면도입 전까지 사전 준비단계를 거쳐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유연(탄력)근무제, PC 오프제 등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선제 적용하고 있다.
최근 우리은행은 금융권 최초로 주 52시간 근무제를 오는 10월 도입하는 데 노사가 합의했다. 이미 시행 중인 PC 오프제와 대체휴일제를 개선하고 탄력근무제도를 강화할 방침이다.
NH농협은행도 연내 도입을 위해 내부 근무시스템 조사를 마쳤고, 직원들이 자유롭게 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검토 중이고, 하나은행도 평일 6시~7시 칼퇴근을 권장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부터 시범운영 해 온 선택 근무제를 이달 중으로 정식 도입할 계획이다. 주 52시간, 하루 12시간 범위 내에서 직원들이 근무시간을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게 된다. 하루 12시간까지 몰아서 일하면 주에 1회 자유롭게 쉴 수 있다.
금융권의 주 52시간 근무제 연착륙 노력은 '워라밸' 문화 정착과 확산에 긍정적이다.
업체 규모를 떠나 여전히 일부 기업들은 칼퇴근, 휴가, 탄력근무에 대해 '민폐 직원'으로 낙인찍고 있기 때문이다.
대전 서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 씨는 "탄력근무, 자유로운 연차 사용 이런 얘길 들으면 남의 이야기처럼 들린다”며 “연·월차는 근로자의 당연한 권리인데도 어떤 상사들은 도끼눈을 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잘 쉬어야 업무 능률도 오르기 마련인데, 휴가조차 마음대로 내지 못하게 하는 문화가 아직도 만연해 있다"며 "워라밸이 일부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아니라 한국의 기업문화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역 금융권 관계자는 "일부 은행은 예전부터 PC 오프제 등을 시행하는 시중은행들이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선도적으로 나서 기업 전반으로까지 빠르게 확산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한국도 이젠 선진국형 근로문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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