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기의 행복찾기] 더불어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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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기의 행복찾기] 더불어 살기

박광기 대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승인 2018-08-31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만약 세상을 혼자 살아야 한다면, 아마도 그 삶은 힘들고 어려운 삶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혼자가 아닌 삶을 살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세상에 태어나서는 부모님과 가족의 보살핌을 받고 잘 자랄 수 있어 다행이고, 학교에 들어가서는 친구들이 있어서 다행이고, 사회에 나와서는 직장의 동료들도 있고 사회의 선배와 후배가 있어 혼자가 아닌 삶을 살 수 있어 다행입니다. 그리고 때대로 혼자라는 외로움을 느낄 때는 옆에서 같이 걱정해 주고 염려해 주는 친구들도 있어 외롭지 않은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혼자가 아닌 삶을 살면서 많은 분들과 더불어 살고 있습니다. 더불어 산다는 의미는 함께 나누고 베푸는 것을 의미합니다. 함께 나누고 베푼다는 것은 어떤 것이 많거나 넘쳐서 나누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물건이나 마음이 남아돌아서 그것을 나누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 있지만, 자신에게도 부족한 것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 함께 사는 세상에서는 부족한 것이라도 함께 나누고 베푸는 것이 당연한 것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나누고 베푸는 것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실제로 실천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주위의 많은 사람들과 함께 살고 있지만, 그 속에서도 공허함도 느끼고 외로움도 느끼고 때로는 그 많은 사람들로부터 소외당하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때로는 주변의 많은 사람들로부터 상처 받고 힘들어 하고 괴로워하기도 합니다. 함께 사는 사람들이 있어 힘들지 않고 외롭지 않고 고통을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그런 사람들로부터 상처 받기도 하고 소외당하기도 한다는 생각을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여러 사람들 속에서 사는 것 보다는 혼자 사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도 사람들로부터 받은 상처를 치유하고 외로움과 소외감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주변의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다른 사람들로부터 받은 상처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함으로써 치유하고 극복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함으로써 살아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만약 외로움과 소외감을 느끼고 사람들에게 상처 받았다고 할 때, 그것을 혼자서 극복하기 위해 아무리 노력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극복하거나 치료할 수 없고, 더 깊은 상처와 외로움과 소외감을 느끼게 된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가끔 주변에서 혼자 잘 났다고 다른 사람들을 업신여기고 무시하며 사는 사람들을 보게 됩니다. 물론 이런 분들은 능력도 뛰어나고 업적도 훌륭하고 매사 일 처리도 대단할 정도로 잘 하는 분들입니다. 이런 분들을 보면 한편으로 부럽기도 하고 대단하기도 하고 나와 비교하여 일종의 열등감이 들 정도로 정말 뛰어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런 분들은 시기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공격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니 그분들의 입장에서 자신의 뛰어남을 지키고 유지하고 지속하기 위해서 정말 치열한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매사 조심스럽고 허점을 보이지 않기 위해 아마도 자신의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이런 분들의 능력이 뛰어남을 인정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대부분의 경우 인격적으로 이런 분들을 존경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런 분들은 주변의 사람들로부터 배척되거나 함께하기를 기피하는 대상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이런 분들은 능력이나 업적은 인정하면서도 인격적으로 훌륭한 분이 아니라, 한마디로 '몹쓸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아마도 이분들은 바로 세상을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한다는 것'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나 역시 이런 부류의 인간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때로는 내 스스로를 대단한 인간이라고 생각하기도 했고, 다른 분들이 하는 어떤 결정이나 노력을 별것 아닌 것으로 치부하고 무시하기도 하면서 혼자만이 잘난 인간이라고 생각한 그런 잘못된 생각 말입니다. 분명한 것은 다른 분들이 계시기에 내가 존재한다는 것이 사실이고 진실입니다.

얼마 전 아버님의 장례를 모시면서 진심으로 많은 반성을 했습니다. 아버님의 부음을 근무하는 학교와 평소 친하게 지내는 몇몇 친지에게만 알렸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많은 분들이 조문과 위로를 해 주셨습니다. 경황도 없고 장례식장이 멀리 있는 탓에 직접 알리지도 않은 많은 분들이 직접 오셔서 조문과 위로를 해 주시고 조전과 조화를 보내 주시고 장례에 도움을 주셔서 정말 놀라고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 늦게 소식을 들은 분들은 알리지 않았다고 원망 아닌 원망도 들었습니다. 사실 주위 분들에게 알리지 않은 것은 폐가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내 생각이고 다른 지인들은 이런 경우 직접 연락을 받지 않은 것을 섭섭해 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틀린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우리는 더불어 살고 있다는 생각을 잠시 잊었기 때문입니다.

세상을 사는 것이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는 엄연한 사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내 입장에서 폐를 끼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이 다른 분들을 섭섭하게 할 수도 있고, 또 그것으로 인해서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나는 그렇지 않더라도 다른 분들은 또 함께하기를 원하고 바랄 수 있기도 합니다. 내게는 별 것이 아닌 것도 다른 분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것일 수도 있고, 나의 작은 것이 다른 분들에게 큰 힘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반대로 다른 분들에게는 중요하지 않은 작은 것이라도 그것이 내게는 정말 중요하고 큰 힘이 될 수도 있습니다.

더불어 산다는 것은 그래서 중요한 것이라는 사실을 아버님의 장례를 통해 다시 깨닫고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계기를 통해 '함께 더불어 사는 삶'을 실천하겠습니다. 그 동안 잊고 지낸 더불어 살아가기를 깨닫게 해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행복한 주말되시길 빕니다.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박광기 올림

박광기교수-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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