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함께 만들어요, 상생의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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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함께 만들어요, 상생의 문화

양동길 / 시인, 수필가

  • 승인 2018-08-31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산에서 선배 문인을 만났습니다. 반가웠습니다. 새삼, 만나는 장소에 따라 반가움의 크기가 다르다는 것을 느낍니다. 다른 동행자들이 보여, 반가움을 길게 나누지는 못했습니다. 헤어져 하산하며 홀로 생각에 젖습니다. 바둑 동호인들인가? 매일 기원에서 만나 바둑 둔다는 이야기를 들었었지요.

한때, 아이들 두뇌발달에 도움이 된다 하여, 바둑 교육이 각광 받았던 적이 있지요. 요즈음, 어른들 프로그램으로 인기가 있나봅니다. 승부욕이랄까? 경쟁하는 것이 대부분 놀이의 속성이지요. 내기라도 하면 흥미가 더해집니다. 속기에 능한 프로기사는 수 분만에 한 판을 끝낸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만, 한 판 두는데 대부분 반시간에서 한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한나절에 대여섯 판 두게 되지요. 대단한 집중력을 필요로 합니다. 지속적인 집중력은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합니다. 묻지 않았지만, 운동 삼아 하는 지혜로운 산행이라 생각되더군요.

바둑은 가로세로 열아홉 줄로 되어 있어 그 교차점에 돌을 놓는데요. 수많은 사람이 수천 년 동안 두었지만 같은 판이 없다 하지요. 그런가 하면, 바둑에 인생살이의 오묘한 이치가 내재되어 있기도 합니다. 위기십결圍棋十訣같은 바둑격언에 보면 금과옥조金科玉條 명언이 많지요. '승리를 탐하면 이길 수 없다(不得探勝)', '상대를 공격하기 전에 먼저 자기를 돌아보라(攻被顧我)', '움직일 땐 모름지기 서로 어울려야 한다(動須相應)', '적의 급소는 나의 급소' 등이 그것인데요. 금기사항인지 알면서 굴복이 싫어, 반발하거나, 기세 등으로 버티기도 하고 엉뚱하게 두는 수가 있습니다. 힘이 좋다고도 하지요. 기세로 나아가는 것은 프로기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세돌(李世乭, 1983년 3월 2일 ~ )기사가 잘나갈 때 스스로 '내 바둑의 원동력은 기세입니다'라고 말하기도 하였지요. 호불호를 따지기 어렵지요. 상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어느 면에서 보면, 바둑 또한 싸움판이지요. 싸움에 대해 하나 살펴볼까 하는데요. 기실 필자는 한자를 잘 모릅니다. 교육정책이 수시로 바뀌면서, 학교에서 한자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습니다. 지금도 모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스스로 터득한 것이 전부지요. 군대생활 할 때 짬짬이 한 한자공부가 기초가 되었습니다. '지피지기 백전백승'이라는 말을 확인하기 위해 원문과 해석을 함께 엮은 『손자병법』을 세세히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 백번 이긴다, 그런 말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그저 인용하기 좋게 변형된 말로, 보다 적극적인 해석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비슷한 내용이 두어군데 있는데요. 하나는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아니하다. 적을 모르고 나를 알면 한 번은 이기고 한 번은 진다. 적을 모르고 나도 모르면 싸울 때 마다 위태롭다.(知彼知己 白戰不殆 不知彼而知己 一勝一負 不知彼不之己 每戰必殆. - 第三篇 謀攻)". 다른 하나는 지형편에 나오는 말로, "나를 알고 적을 알면 승리는 위태롭지 않다. 지리를 알고 하늘을 알면 승리는 더욱 완전하다.(知己知彼 勝乃不殆 知地知天 勝乃可全. - 第十篇 地形)"입니다. 하늘을 안다는 것은 기상일수도 운명일수도 있겠습니다. '완전하다'는 '온전하다'나 '안전하다'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

더 소중한 말이랄까요? 중요한 것은 싸우지 않고 상대를 굴복시키는 것입니다. "백번 싸워 백번 이기는 것은 최선중의 최선이 아니다. 싸우지 않고 적병을 굴복시키는 것이 최선중의 최선이다. (是故百戰百勝 非善之善者也 不戰而屈人之兵 善之善者也. - 第三篇 謀攻)". 물론, 이 시대는 굴복을 요구하지도 않습니다. 어울려 사는 것이지요.

'지피지기知彼知己', '지지지천知地知天' 어렵지요. 자신도 모르는데요. 사람이 사람을 평가하며 '하느님은 공평하다'라고 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대부분 주어진 재능, 외모, 환경 등에 관한 이야기지요. 과연 공평할까요? 자기 또는 서로간의 위로는 아닐까요? 공평하다 생각할 수 있는 하나가 있긴 하지요. 누구나 부족한 것을 채울 수 있는 역량입니다.

국가 간에도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주어진 환경에 따라 문화가 다르고 삶의 질이 달라집니다. 환경에 적응하며, 때로는 극복하며 살아온 것이 저마다의 역사지요. 그를 분별할 능력과 지혜도 함께 주었지만 깨닫지 못하면 패망의 길로 가는 것이지요. 알아도 괜한 아집이나 대결구도로 엉뚱한 길로 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아는 만큼 세상이 보이고, 그릇의 크기도 달라지지요. 운이라는 것도 있다 생각합니다. 혹 자신이 잘나간다고 모두 자신의 능력이라 생각한다면, 그는 지나친 자만이요, 오만이지요. 세상을 모르는 일종의 자가당착自家撞着입니다. 주어진 행운에 감사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지난 인류역사는 투쟁과 쟁취의 역사였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제 삶이 싸움이 아니라 공생하는 것임을 모두 압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지요. 삶의 방식도 상생으로 바뀝니다. 놀이도 상생 놀이를 많이 창안하고, 즐겼으면 합니다.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 이웃, 나아가 인류에 도움이 될까 하는 생활습관을 가지면 어떨까 합니다.

양동길 / 시인, 수필가

양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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