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너는 어떤 기사를 써?" "너는 무슨 부서야?" 필자가 신문사를 다닌다고 밝혔을 때 가장 많이 듣는 질문들이다. 혹자는 "홈페이지에 네 이름을 검색해봤는데 기사가 많이 나오지 않더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신문사에 다니는데, 기사를 쓰지 않는 기자라니, 의문을 가질 수 있겠다.
초등학생 때부터 언론사에서 일하기를 바라왔지만, 신문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대학생이 되고 언론사 준비 스터디에서 공부를 하면서 기자에는 취재기자와 편집기자, 사진기자 그리고 교열 기자 등 다양한 분야의 기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사건 현장에서 열심히 사진을 찍고 취재를 하는 기자들이 나온다. 덕분에 취재기자와 사진기자에는 익숙했지만, 편집기자라는 직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진로에 대해 좀 더 폭넓게 고민을 해봤다.
신문의 제작 과정을 간단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취재기자와 사진기자가 글로, 사진으로 취재를 해 기사를 작성하면 편집기자가 그 기사들을 신문 지면으로 제작한다. 편집하는 과정에서 어떤 기사를 어떤 지면에 배치할지, 그리고 한 지면 안에서도 어떤 내용을 톱으로 보낼지가 결정되고 기사의 내용을 독자들에게 더욱 효과적이고 분명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제목을 뽑는다. 톱 기사라고 해도 2단으로 세워서 갈지, 4·5단으로 크게 키워서 갈지 가치를 파악하고 편집한다. 또한 사진을 첨부해 더 읽고 싶고 눈길을 끄는 기사로 만든다. 이렇게 해서 제작된 지면은 교열과 데스킹 등 여러 손길을 거쳐 인쇄소로 보내지고 신문으로 만들어져 독자들에게 전달된다.
정치, 경제 등 정보를 담은 지면이 있는가 하면 특집처럼 잡지를 보는 것처럼 화려하고 알록달록한 지면도 있다. 이 역시 편집기자들의 작품이다. 한두 꼭지의 기사를 가지고 내용과 어울리는 이미지를 찾고 그 이미지와 사진들을 여러 단계의 작업을 거쳐 편집한다. 연상되는 이미지나 레이아웃이 바로 떠오른다면 좋지만 대개 그렇지 않다. 하나의 특집 지면을 만들기 위해서는 구상부터 실제 작업까지 쉽지 않은 과정을 거친다. 머릿속에서 생각했던 것이 실제로 편집을 하면 예쁘지 않거나 어색한 경우도 많다. 이럴 땐 처음부터 작업을 다시 시작하기도 한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편집기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기사라는 원석을 신문이라는 보석으로 만들어내는 세공사인 것이다. 매일 기사들을 접할 때마다 본문에 오탈자는 없는지, 내가 뽑은 제목이 내용을 충실하게 반영했는지 고민하고 살펴본다. 어제와는 다른 지면 레이아웃으로 제작하기 위해 이렇게 저렇게 바꿔보기도 하고 사진 위치를 옮겨보기도 하면서 더 예쁘고 볼 맛 나는 신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수많은 편집기자가 더 나은 신문을 위해 지금, 이 순간도 고민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생하는 땀방울들이 빛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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