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이라고는 웹툰 원작의 드라마 ‘미생’에서 나온 대사로 외운 바둑용어 몇몇 개가 전부인 ‘바알못(바둑을 알지 못한다)’이지만, 세기의 대결은 틈틈이 시청했다.
구글은 알파고에 무려 16만개의 기보를 입력했다. 프로선수들은 물론 아마추어의 기보까지 입력해 딥러닝이라는 학습법으로 알파고를 단련시켰다. 기보를 공부한 알파고는 또 다른 인공지능과 바둑을 두며 실력을 키워왔다. 결과가 어찌 됐든 인간과 인공지능의 대결은 세계인이 환호했던 이색 대결이었다.
지난 22일 KAIST에서는 AI 월드컵이 열렸다.
지난해 국내대회에 이어 올해는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을 비롯해 인공지능 분야 기업과 연구소, 대학이 대거 참여하는 첫 국제대회였다. 대전에서 열린다는 기대감과 첫 AI 축구를 본다는 설렘이 공존했다.
그래도 인공지능이 축구를 한다는 의구심을 지우지 못했는데, 경기가 시작되는 순간 의심은 감탄과 환호로 바뀌었다.
경기는 10분간 진행된다.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빠른 스피드, 패스의 정확성, 시원한 골 맛까지 AI 축구는 2002년 한일월드컵 만큼 나를 흥분하게 만들었다. AI 축구는 알파고처럼 수십 만 개의 축구 전술을 학습한 인공지능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바둑과 축구까지 섭렵한 진화하는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뿐이 아니다.
AI 월드컵이 세계 최초 대전에서 열렸다는 지역적 의미와 향후 대전이 얻을 수 있는 이미지를 고민해야 한다. AI 월드컵이 꾸준히 개최되고, 세계인이 열광한다면 대전은 명실상부 AI 축구특별시 혹은 AI 대표 도시로 성장할 수 있다.
AI 월드컵은 새로운 그림을 그리는 과제가 아니다. 올해 첫 대회로 AI 월드컵이 가진 무궁무진한 가능성과 국민의 관심을 확인했다. 대전이 4차 산업혁명 특별시를 지향한다면, AI 월드컵을 지지하고 후원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구단주가 되어야 한다.
상상해보자, 갑천변 야외무대를 빼곡히 채운 대전과 세계인의 환호. 스크린에서 펼쳐지는 AI 축구.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 못지 않은 여름밤의 추억이 될 수 있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그러나 두 술을 뜨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지가 필요한 법이다.
이해미 경제과학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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