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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사진=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
지난주 여름 휴가를 다녀왔다. 일본 도쿄에서 오다이바를 관광하고 있을 때였다. 대 관람차 주변을 돌아보고 있었는데, 1층에 사람이 몰려있어 내려가 보았다. 알고 보니 젭 도쿄(Zepp Tokyo)라는 공연장이었고, 어떤 가수의 팬 미팅이 진행될 예정이어서 팬들이 많았던 것이다. 팬들은 이곳저곳에서 가수의 얼굴이 박힌 굿즈(Goods, 문화계에서 특정 인물 등을 주제로 제작된 상품)를 나누거나 가지고 다녔는데, 굿즈 속에 박혀있는 얼굴이 어딘가 낯이 익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유명한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했었고 음악 방송도 나왔던 한국 아이돌이란 게 떠올랐다. 일본에서 적지 않은 규모의 팬 미팅을 하는 것도 멋있었지만 그 많은 사람들이, 더군다나 해외 가수인데도 공연이 시작되기 한참 전부터 대기하고 있던 점이 인상적이었다. 수년 전부터 문화 산업의 돌풍으로 떠오른 K-POP의 위세를 직접 확인할 수 있어 놀라웠다.
K-POP 서적을 서술한 전문가들은 그 어떤 분야보다 가장 변덕스러운 소비층을 사로잡게 된 K-POP의 성공 비결이 '경쟁'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의 대중문화는 다른 산업들과 비교해 훨씬 더 빨리 서양 팝 음악과의 경쟁에 노출되었고,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차별화를 두면서 서양의 팝과는 다른 즐거움을 소비자들에게 줄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한 명의 스타를 만들기 위한 전문가들의 철저한 분업 시스템과 프로듀싱이 글로벌 콘텐츠를 만든다. 급변하는 문화 산업 시장에서 K-POP은 세계인이 원하는 판타지를 작품성에 조화롭게 녹여내려는 노력을 꾸준히 진행했는데, 그 과정은 숨어 있는 진주를 찾는 이른바 대국민 프로젝트에서 시작한다. 길거리 캐스팅부터 공개 오디션, 대형 기획사와 TV 오디션 프로그램의 콜라보까지 상품성 있는 연예인 발굴에 아낌없이 투자했다.
또한, 외국 작곡가 등과의 협업과 벤치마킹으로 K-POP은 한 단계 진일보할 수 있었다. 국내 아이돌 대표 기획사들이 선봉장에 섰으며 트레이닝 시스템의 교과서인 SM, 엔터테인먼트계의 구글 YG, 동물적 감각의 프로듀서 박진영이 이끄는 JYP, 해외 진출의 신흥 강자 빅히트 등은 탄탄한 팬층을 구축해나갔다. 치밀한 분석과 대처로 끝없이 성장해온 K-POP은 자꾸만 듣게 되는 중독성을 가진 '후크송(반복되는 음악 구절)'으로 진입 장벽이 낮다. 그러나 음악의 가치를 떨어트릴 수 있는 '양날의 검'의 위험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K-POP은 절도 있고 화려한 퍼포먼스, 개성을 돋보이게 하는 비주얼, 세계와 소통이 가능한 SNS의 힘을 전략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돋보일 수 있었다.
팝의 본고장 미국에서 그룹 방탄소년단의 앨범이 '빌보드 200' 13주 연속 차트 인을 기록했으며, 10월 뉴욕 시티 필드에서 4만 명의 객석을 동원하는 콘서트는 티켓 오픈 직후 매진되었다. 전 세계에서 일고 있는 K-POP의 폭발적 인기가 어디까지 치솟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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