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기의 행복찾기] 삶과 죽음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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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기의 행복찾기] 삶과 죽음의 경계

박광기 대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승인 2018-08-24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세상을 살면서 누구나 한번 이상은 삶에 대해서 생각합니다. 흔히 삶에 대한 생각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왜 사는가?', '무엇을 위해 사는가?', '삶의 가치는 무엇인가?' 등등 풀릴 것 같지만 쉽게 풀 수 없는 질문들로부터 시작됩니다. 이런 삶에 대한 생각은 어떤 일을 하거나 살아가는데 큰 문제가 없을 때는 별로 생각하지 않지만 일이 안되거나 시련이나 고통을 겪을 때 많이 하게 됩니다. '사는 것', '삶'에 대한 생각은 명확한 답을 찾기는 쉽지 않지만, 그래도 '삶'에 대해 생각하면서 어느 정도 자신이 해야 할 것이나 추구하는 가치 등을 정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삶'에 대한 생각과는 달리 '죽음'에 대한 생각은 살면서 흔하게 생각하지 않거나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삶'을 생각하다가 명확한 답을 찾지 못하거나 삶에 대한 무의미함을 생각하게 되면 삶을 고민하면서 죽음을 떠 올린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잘 살기 위해서 고민하다가도 그리고 삶의 가치에 대해서 생각하다가도 그 가치를 못 찾거나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게 되면, 삶과 동시에 그 연장선에서 죽음을 생각하게 되니 '삶'과 '죽음'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와 같이 '산다는 것'과 '죽는 것'의 차이는 엄청난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삶을 생각하다가 그 연장선에서 죽음을 생각하는 이 아이러니는 참 묘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삶'과 '죽음'은 정말 큰 차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산다는 것에 대한 의미와 가치만큼이나 죽음이 가지고 있는 의미 또한 매우 중요합니다. 종교적 관점에서 죽음은 삶의 연장입니다. 종교적으로 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죽음을 통해 살면서는 결코 갈 수 없는 세상으로 가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죽음은 우리가 살면서 경험할 수 없는 세상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사는 세상을 떠나는 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관점이나 가치에서 보면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 될 수 있지만, 우리가 모르는 다른 세상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는 의미에서는 사실 그리 슬프게만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서의 '삶'이 반드시 '산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항상 '삶'과 함께 '죽음'의 이면에서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삶'과 '죽음'이라는 차이가 매우 크고 그 간격이 매우 넓어서 이 두 가지가 서로 공존하고 병립 또는 양립하는 것이 아니라, 이 '삶'과 '죽음'이라는 것의 간격과 차이는 아주 미미한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우리 주변에서 그리고 매일 쏟아져 나오는 사건·사고 기사를 보면, 불과 몇 시간 전까지 멀쩡했던 '삶'이 순식간에 '죽음'이라는 것으로 변하는 상황이 너무도 흔합니다. 실제로 그 동안 살면서 어떤 분을 만나고 헤어져서 돌아오는 길에 그 분의 부고를 접한 경험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수년전 서울에 계셨던 잘 아는 의사선생님께 그날 마지막 환자로 진료를 보고 대전으로 오는 고속버스에서 그 분이 갑자기 심장마비로 별세하셨다는 비보를 전해 듣기도 했고, 불과 이틀 전에 만나서 삶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눈 분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한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황당한 경험을 통해서 적어도 내게는 '삶'과 '죽음'이라는 것이 큰 간격이 있는 그리고 내게는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그런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내게 '죽음'이라는 것은 흔히 말하는 '이별'이 아니라 '보내드리는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사는 세상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그 경계선을 따라 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사는 동안에는 그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삶의 영역'에 우리가 발을 딛고 있지만, 어느 순간 그 발이 '죽음의 영역'에 들어가게 되면 흔히 말하는 '죽음'이 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니 우리의 '삶'은 결국 항상 '죽음'과 함께하는 것이고, 따라서 언제든지 우리의 발이 '죽음의 영역'으로 들어 갈 수 있기 때문에 살아 있는 동안 '삶의 가치'가 중요하고 살아 있는 모든 순간순간이 의미 있고 소중한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삶'에 대한 생각과는 달리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될 때는 어떤 계기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 경우가 내게도 그대로 적용되었습니다. 지난 주 월요일 그 동안 2년 넘게 병원에서 투병 중이셨던 아버님을 하늘에 보내드렸습니다. 91세 생일이 지난 다음날 새벽 조용히 심정지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2년이 넘는 투병기간 동안 때때로 아버님이 계시지 않는 것을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때마다 내게는 쉽게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고 생각하고 애써 생각을 지워버리곤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그 일을 맞이하고 나니 아쉬움과 슬픔이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다시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내게 아버님의 서거는 바로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아버님이 이제 '죽음의 영역'을 선택하신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불과 한 발자국의 차이에 있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이쪽'이 아닌 '저쪽'으로의 선택을 하신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은 비단 아버님만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우리도 늘 그 경계에서 그래도 '삶의 영역'에 아직은 있는 우리가 '저쪽'을 보지 않고 지금 서 있는 '이쪽'에서 '저쪽'을 망각하거나 잊으려고 애쓰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쪽'과 '저쪽'의 간격이 넓거나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삶의 영역'에 있는 동안, 우리는 그 '삶'에 대한 가치를 망각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서 있는 그 경계에서 우리가 언제 어떻게 '이쪽'이 아닌 '저쪽'으로 갈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런 이유로 우리가 사는 동안 우리의 삶을 가치 있게 그리고 소중히 여기고 살아야 할 것입니다.

아버님의 서거는 내게 '삶의 가치'와 그 중요성을 다시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돌아보는 기회도 가졌습니다. 물론 아버님과 함께 했던 시간들을 회상하면서 평소 아버님이 원하셨던 삶에 대해서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살아 온 것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런 생각들을 통해 앞으로 더 열심히 더 소중하게 그리고 더 행복해야 한다는 다짐도 했습니다. 아마도 아버님은 당신을 통해 이런 것들을 우리에게 바라셨을 것입니다.

이번 주말에는 그 동안 거의 매일 다녀왔지만, 대전현충원에 계신 아버님을 뵙고 다시 마음을 다지려고 합니다.

아버님의 명복을 빕니다.

박광기교수-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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