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부모와 접촉이 없었거나 약육자의 간섭이 심한 경우, 또 심한 정서적 학대나 상실을 경험했거나 부모가 알콜중독인 경우 대인관계에서 혼란을 느낍니다. 가까운 관계에서도 안정감을 느끼지 못하고 매우 불안합니다. 타인에게 다가가고 싶은 욕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가까워지면 심리적인 압박을 느낍니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길 원하나 혼자 있게 되었을 때는 고독한 그 시간을 힘들어합니다.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하고 혼자 고립하지도 못하며 늘 혼란스럽고 외로워하며 쉽게 분노를 느낍니다.
평범한 환경에서 자란 20대 후반의 직장인 여성 L씨가 결혼을 전제로 연애를 시작했습니다. 남을 잘 이해하고 부딪히기 싫어하는 기질 덕분에 사는 동안 평화를 유지하며 살았습니다.
짧은 치마만 입던 그녀는 바지 입기를 원하는 남자친구 때문에 치마를 입지 못했고, 커트 머리가 어울리는 그녀는 머리를 길러야만 했습니다. 남자 친구는 원하는 대로 하지 않으면 화를 내기 일쑤였지만 그녀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하라는 대로 맞춰주었습니다.
같은 회사에 다녔던 그녀는 출근 시간에 태우러오고 밤늦게까지 만나고 바래다주었습니다. 그리고 주말에는 둘이 만나 하루 종일 데이트를 즐겼습니다. 처음에는 고마움이었고 그것이 사랑이라고 느꼈습니다. 늦은 밤까지 통화하며 1년 365일, 잠자는 시간만 빼고 하루 24시간을 함께 해야 했기 때문에 일거수일투족 사소한 일 하나까지 다 간섭하는 남자친구에게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자신의 마음에 문제가 있는 그는 모든 것은 여자 친구의 잘못으로 계속 투사하고 끝내자, 떠나라고 했습니다. 그것은 자신도 모르는 불안 때문이었습니다,
불안정 애착인 경우는 자신뿐만 아니라 가까운 사람까지 힘들게 합니다. 어느 정도의 심리적 거리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한 상태를 만들어 줍니다. 가까운 사이라고 딱 붙어 있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얼굴을 맞대고 있다면 상대방의 눈도 코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숨도 쉬지 못할 답답함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마음속에 머물며 다스리고 흔드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사랑하는 연인일 수도 자식일 수도 부모님일수도 자기 자신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움의 인연들이 합쳐 나와 하나가 됩니다. 하나가 된 그대가 있는 사람은 은혜 받은 사람입니다. 물처럼 하늘처럼 내 깊은 곳까지 흘러서 은밀한 내 꿈을 알아주고 지지해주는 사람은 흔치 않기 때문입니다.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는 다른 사람일 수도 있지만 자기 자신인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자신 안의 흔들림이 억압이나 분노가 아닌 사랑으로 승화되길 바랍니다. 결국, 사람입니다. 보고 싶어 애타게 떠오르는 그 사람, 그 때의 아름다운 추억이 있다면 그것도 또 다른 세계의 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김종진 심리상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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