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범(少年犯) 출신인 김모(36)씨는 10년 동안 경찰시험을 스물 한번 도전했다가 마침내 스물 두번째에 최종합격의 영광을 안게 되었다는 기사를 접했다.
2002년 11월, 김모씨는 술에 취해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은행 현금인출기를 돌로 부수려 했고 바로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그때가 만 19세였다. 이에 그는 단기 소년원 송치처분을 받아 충주소년원에 수용되었다. 그러던 중 전국 12개 소년원에서 선발한 17명의 모범 보호 학생이 4박 5일 일정으로 일본문화체험 기회를 가진 일이 있었는데 그때 동행하셨던 스님의 말씀 한 마디가 소년의 일생을 바꿨다 한다.
"너한테서 좋은 향기가 난다."
'세상에 악취를 풍기기보다는 향기를 퍼뜨리는 사람이 되라'는 스님의 말씀이었다. 소년원생이라는 삶이 절망스러웠던 시절, 소년의 마음에 연꽃이 피는 듯했다. 그 한마디가 삶의 전환점이 되었던 것이다.
경찰이라는 직업을 직업으로서 가장 선한 일이라고 여겼던 그는 그 직업을 통해 범죄자였던 과거를 벗어나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10년 만에 경찰이 되었다.
누군가 던진 말 한 마디가 인생을 결정짓기도 한다. 무심코 던진 말 한 마디가 어떤 이에게는 꿈이 되기도 하고, 아무 생각 없이 던진 말 한 마디가 어떤 이에게는 인생을 포기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이국종 교수 또한 6?25 전쟁에서 한쪽 눈을 잃고 팔다리를 다친 장애 2급 국가 유공자인 아버지 덕분에 국가 유공자 의료복지카드를 이용할 수 있었지만 병원에서의 반응은 늘 싸늘하기만 했고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였다고 했다.
축농증을 심하게 앓던 이국종 교수는 자신을 받아 줄 병원을 찾던 중 자기 삶을 바꿀 의사를 만나게 된다. '이학산'이라는 외과 의사였는데 그는 어린 이국종이 내민 의료복지카드를 보고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아버지가 자랑스럽겠구나. 열심히 공부해서 꼭 훌륭한 사람이 되어라."
그 한 마디가 어린 이국종의 삶을 결정했다.
'의사가 되어 가난한 사람을 돕자. 아픈 사람을 위해 봉사하며 살아야지'
이국종 교수는 '환자는 돈 낸 만큼이 아니라, 아픈 만큼 치료받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환자를 대한다고 한다.
이렇듯 말 한 마디만 달리 말해도, 한 사람의 삶을 바꿀 수 있다.
우리가 먹는 음식에도 시간이 지날수록 썩고 부패하는 식품이 있는가 하면 시간이 경과할수록 숙성이 되면서 발효가 이루어지는 식품이 있다. 처음엔 별로 맛이 없다가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발효되어 깊은 맛을 내는 식품.
우리의 언어습관을 바꿔야 되겠다. 위에 두 분 스님과 의사 선생님처럼.
김소영(태민)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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