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
국가가 구체적인 지급보장을 할 경우 보험료 인상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연금제도 발전자문위원회가 사실상 ‘불가’ 입장을 밝혔다는 점에서 혼란도 가중되는 분위기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서, 국민연금을 낸 만큼 못 받게 될 수 있다는 가입자 불안이 크다는 지적에 대해, "국민의 강력한 요구가 있다면 지급보장 규정을 명문화하는 것도 검토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급보장을 명문화 할 경우 국가 채무가 늘어날 가능성은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같은 날 이낙연 국무총리 역시 "국민 신뢰를 높이고 불안을 잠재울 수 있다면 지급보장 명문화를 고려할 가치가 있다"며 장관 발언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국민연금제도발전 자문위는 "명문화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결론을 낸 상태다. 보험료 인상 등 개혁을 앞둔 상황에서, 총리와 장관이 자문위와 다른 입장을 언급하면서 신뢰성에 의문이 일고 있다.
서구 변동에 사는 직장인 김모 씨는 "물가상승분 반영 등 국민연금의 장점도 크기 때문에 폐지는 기본적으로 반대 입장이지만, 이번에도 국가에서 지급보장을 빼놓은 것은 불만이었다"며 "다른 연금처럼 국가에서 어느 정도 보장을 해준다면 보험료를 올리는 것에 대해서도 수긍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급보장과 맞물려 4대 연금 통합 주장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국가가 보장해주는 군인연금·사학연금·공무원연금 등 타 연금과 모두 통합해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모 씨는 "공무원이나 일반인이나 똑같이 세금 내고 사는데 왜 국민연금은 지원을 안 해주고 다른 연금만 해주는지 모르겠다. 더군다나 사학연금은 왜 정부가 지원해주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고 제기했다.
실제 특수직역 연금인 군인연금·사학연금·공무원연금은 급여부족분 발생 시 국가와 지자체가 부담하도록 적자보전조항을 명시하고 있어 국민연금과 차이가 있다.
국민연금 지급보장 문제는 하루아침에 불거진 것이 아니다.
2013년에도 보건복지위에서 이를 명시하는 내용의 법안을 법사위로 보냈지만, 기재부에서 국가의 재정적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로 제동을 걸었다.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이 이에 동조하면서 국가 지급보장을 명시하지 않고 '국가 책임을 강화한다'는 추상적인 내용만을 담아 본회의를 통과시키며 논의 주요 취지였던 지급보장은 없던 일이 됐다.
현재 국회에는 3개의 관련 법안이 발의돼 있다.
지난해 8월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는 ‘연금급여 지급에 필요한 비용을 국민연금 재정으로 충당할 수 없을 경우에는 국가가 이를 부담한다’고 명시돼 있다. 같은 당 남인순 의원 발의안에는 ‘국가는 이 법에 따른 급여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지급을 보장한다’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자유한국당 김재원 의원 역시 국가의 지급보장에 대한 정부책임을 명문화하는 개정안을 지난 14일 발의한 바 있다.
이번에도 정부가 추상적인 규정만을 구상한다면 구체적 지급책임을 강조한 정춘숙 의원과 김재원 의원 개정안보다 남인순 의원의 개정안이 선택될 가능성이 크다.
원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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