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행사장에서 대전시청 공무원들이 가장 많이 듣는 말 중에 하나다.
허태정 시장이 취임 한 후 대전시장이 외부 행사에 참석하는 경우가 크게 줄었다. 시에서 제공하는 '주간행사일정'자료를 보더라도 시장의 공식 일정이 눈에 띄게 사라졌다. 여름 휴가 기간 임을 고려해도 일정이 줄어도 너무 많이 줄었다.
시장이 참석하는 조찬, 만찬 등도 크게 줄었다. 일례로 얼마 전 자매도시인 베트남 빈증성 대표단이 WTA행사 준비를 상의하기 위해 대전을 방문했다. 하지만, 대전시장은 다른 일정으로 이들과 만찬을 따로 갖지 않았다. 대신 시의회가 다음날 이들과 만찬을 가졌다.
이유가 있었다. 허 시장이 취임 후 형식적인 행사는 가급적 참석하지 않겠다는 의중을 전달한 것.
상황이 이렇다 보니 행사를 주최하거나, 관련이 있는 실국 담당 공무원은 죽을 맛이다. 시장이 참석하면 행사의 의미를 더욱 홍보할 수 있고, 시의 추진 의중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취임 초기에는 열의가 있는 일부 공무원이 시장을 찾아가 행사 취지를 충분히 설명하고 모셨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대부분의 공무원이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이제는 특별한 사안이 아니면 행정부시장과 정무부시장, 담당 국장 순으로 참석이 바꾸고 있다.
일부 담당 공무원은 시장이 참석하지 않아 의전 등 행사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며 좋아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공무원들은 난감한 모습이다. 우선 행사 참석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가장 크다. 본인이 잔치를 벌이거나, 남의 중요한 잔치에 가면서 가장 큰 어른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참석자에게 실례가 될 수 있다.
행사 관련 협력 기관에 민망한 경우도 있다. 행사를 위해 협력 기관장을 모시고 싶지만, 시장이 참석하지 않아 이를 부탁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형식적인 행사가 없지는 않다. 대부분 행사는 시장에게는 형식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행사에 참여하는 단체와 기관 등에게는 나름의 큰 의미가 담긴 일이다. 이들에 대해 존중하는 자세가 좀 더 필요하다.
더욱이 지금은 민선 7기가 출범한 지 60여 일 밖에 안됐다. 입맛에 맞는 행사만 다닐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당선 이후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과 처음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다. 다양한 시민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 '시민의 정부'를 내세우는 허 시장의 행보로는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는다. 형식적인 행사를 가지 않는 게 아니라 허 시장이 참석해 더 의미 있는 행사를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