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리스트 '디바'와 퓨전국악그룹 '풍류'가 어울려 예정된 대로 '시원한 여름 음악회'를 공연하였다. 이날 공연은 솔리스트 '디바'가 퓨전국악그룹 '풍류'를 초청하여 교류공연을 펼친 것이다. 실내 공연장이 아닌 앞마당 특설무대라 플라스틱 의자 100여 개에 무대도 허술하였지만 자연과 어울리는 운치는 그대로의 멋을 풍기고 있었다.
첫 무대는 김상균의 사회로 '풍류'단 소속의 김영덕의 '젬베'공연으로 시작 되었다. '젬베'라는 악기는 우리나라 절구통 모양의 통나무에 속을 파내어 공명(共鳴)이 되게 하고, 위에는 염소의 가죽을 씌워서 손으로 두드려 소리를 내는 아프리카의 악기라 한다. 이 원시적이고 매력적인 타악기 '젬베'를 가지고 그는 갖은 재주를 다 부렸다. 아니, 그가 재주를 부린 것이 아니라 '젬베'라는 악기가 그에게 그런 재능을 갖도록 천재적인 재능을 부여한 것 같았다. 첫 무대는 그렇게 열렸다.
두 번째 무대는 천재 소리꾼 지유진이 엮어 갔다. 필자는 그를 '천재 소리꾼'이라 했다. 왜 그런 명예로운 닉네임을 그에게 붙였을까? 그는 지키는 소리꾼만이 아니라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창작해내는 소리꾼인데다가 그의 미모(美貌)가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소리꾼들은 선배들이 만들어 놓은 노래를 지키기에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국악가요계의 천재소리꾼 지유진은 선배들이 이루어낸 소리들을 이어 받아 지킬 뿐만 아니라 새로운 것을 만들어 관중들의 입맛에 맞게 전해주고 있었다. 이번에도 그는 '웃자'라는 판소리를 창작해 관객들에게 선보이고 함께 부르도록 선창하였다. 1년 전 대전 문학관 공연 때보다는 몰라보게 성숙돼 있는 모습이었다.
퓨전국악그룹 '풍류단원의 모습, 오른쪽 끝이 조성환 단장이다. |
그야말로 톡톡 튀는 공연이었다. 무대에서 반주를 하는 조성환 단장이며, 김미숙, 고애니, 김보경, 이슬, 피아노에 변가온 양도 톡톡 튀는 연주를 하였던 것이다. 무대 위에 선 그들은 모두 어깨 들썩거림으로 추임새를 넣고, 고개 까닥거림으로 박자를 맞춰가며 관객들까지도 어깨를 들썩거리게 하고 고갯짓까지 까딱거리게 하는 고도의 연주를 평송문화센터 앞마당에 울려 퍼지게 하고 있는 것이다. 관객도 취하고 하늘의 반달마저도 가던 길 멈추고 빙그레 웃게 만든, 평생 잊지 못할 이들의 어깨 들썩거림, 그런 그들과 이 밤에 동화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영신 단장은 목원대학교와 한양대학교 음악대학원에서 음악교육과를 졸업(성악전공)하고, 이탈리아 밀라노 마자테 Donizetti 시립음악원 최고위과정(Diplome)과 시립음악원 뮤지컬 박사과정을 수료한 보기 드문 인재인 것이다.
'디바'는 2004년을 기점으로 창단연주와 순회연주, 기획연주와 더불어 대중을 찾아가는 더욱 친근한 무대와 함께하는 음악을 강조하고 있으며, 여성의 섬세한 소리와 아름다운 하모니로 오페라, 뮤지컬 등의 다양한 음악활동을 선보이고 있는 내로라하는 단체이다. 이들은 4년째 러시아 니즈니 "노브고르드 국립 오페라 발레 극장" 초청으로 '푸쉬킨 국제 음악페스티벌'에 참가하여 오페라 공연을 선보이는 등 국내 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왕성한 연주 활동을 하고 있으며, 더욱 다양하고 활발한 국내외 활동을 하고 있는 단체인 것이다. .
소프라노 이영신과 함께하는 출연진은 이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인재들이다. 소프라노 김윤희, 그는 한양대학교 음악대학과 이탈리아 밀라노 베르디 국립음악원 성악과 및 가곡과 졸업하였고, 메조소프라노 구은서는 목원대학교 음악교육과와 이태리 밀라노 G. Verdi 국립음악원을 졸업하였으며, 테너 권순찬은 목원대학교 음악대학 성악과를 졸업하고, The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 (Opera Performance)에서 석사과정을 졸업한 후 목원대학교에 출강하며 후진을 양성하고 있다 했다. 또한 건반 위의 요정 박세환(피아노)은 충남대학교 예술대학과 대학원에서 음악과를 졸업하고 뉴욕 매네스 음대에서 성악 및 반주과 석사 과정을 졸업(MM)한 후 줄리어드 음대 이브닝 디비전 오케스트라 지휘과를 이수 하였다 한다.
그런 성악가들이 출연하여 그들 특색의 음색과 동작으로 관객을 맞은 것이다. 더구나 오늘 저녁 공연에서는 권순찬의 격조 높은 테너의 진가를 음미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것이다.
필자는 성악가의 격조 높은 소리를 들을 때마다 '현악기는 관악기만 못하고, 관악기는 사람의 육성만 못하다는 뜻인 '사불여죽 죽불여육(絲不如竹 竹不如肉)'이란 말을 자주 인용해 왔다. 그런데 아니었다. 조성환 단장이 이끄는 '풍류'에는 성악가들이 흉내 내지 못하는 어깨 들썩거림의 추임새가 있었고, 고개 까닥거림의 박자 맞춤으로 관객과 한 덩어리가 될 수 있는 보이지 않는 끈이 있음을 발견했다. 그래서 말이다. 누구나 한 번 와서 보시라는 것이다. 조성환 단장이 이끄는 '풍류'의 공연과 이영신 단장이 이끄는 솔리스트 '디바'의 공연을. 마치 양악과 국악이 경쟁의 자리다툼이라도 하듯 열연하는 모습을. 가서 김영덕, 김미숙, 고애니, 김보경, 이슬, 변가온과 어깨도 들썩거려보고, 몸도 흔들어보라. 잠시나마 세상 번뇌를 잊게 될 것이다.
특히, 2018년 대전문화재단의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지원 사업에 선정된 <솔리스트 디바>가 <퓨전국악그룹 풍류>를 초청하여 교류 공연을 펼쳤다하니 국악의 맛과 멋을 볼 줄 아는 이영신 단장의 안목(眼目)에 감탄할 뿐이다. 이들에게는 네 편 내편이 없이 그저 하나 된 모습이었다. 그래서 더 흥이 났던 것이다.
아아, 이영신과 조성환이여!
그렇게 서로서로 손잡고, 국악과 양악의 통통 튀는 어울림의 한 마당을 자주 보이라. 그대들은 공연의 즐거움에 취하고 관객들은 통통 튀는 즐거움에 취하게 될 것이다.
김용복 / 극작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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